2010년 언론사에 기고한 글에서 ‘출산 기피 부담금’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 논란을 빚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내정자가 운영 중인 블로그 게시글이 11일 현재 모두 삭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에 대한 국회와 언론의 인사검증에 대비해 논란이 될 만한 글들을 모두 지워버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내정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들은 그의 평소 소신이나 경제관 등을 검증해볼 수 있는 자료인데, 여기에 대한 접근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향후 인사청문회 등에서 블로그 게시글 제출 요구를 포함한 검증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칼럼을 두고 논란이 일어난 것은 최근의 일인데, 이때는 이미 (내정자의) 블로그에 게시물이 없었던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내정자가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 ‘이창양 교수의 경제산책’(blog.naver.com/drcylee)에 접속해 보면, ‘아직 작성된 글이 없습니다’라는 안내문 외에 다른 글을 찾아볼 수 없다. 이 내정자가 초기 화면에 “카이스트 경영대학 재학생 및 동문들과의 지식 공유를 위해 2008년 7월 시작되었다”고 소개한 이 블로그는 블로그 이웃이 975명에 이르는 인기 블로그로, 최근까지 누적 방문자 수가 44만300명에 달했다.
2000년부터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이 내정자는 교내 우수강의 대상(2014년)과 창의강의 대상(2008년)을 받을 정도로 학교 안팎에서 ‘스타 교수’로 알려져 있다. 강의는 물론 신문사 등 외부 기고 활동도 활발히 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2010년 조선일보 기고 외에도 경제 일간지 등에 꾸준히 칼럼을 썼는데, 대체로 시장과 경쟁을 중시하고 민주당 계열의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4개월 무렵인 2003년 6월 한국경제에 기고한 ‘박카스와 보톡스’라는 제목의 시론에서는 당시 갓 출범한 새 정부의 경제운용을 ‘박카스 정책’과 ‘보톡스 정책’으로 명명해 비판했다. “당장의 피로를 풀기 위해 박카스를 연달아 들이켰고”라거나, “일시적인 미용효과를 위한 겉치레성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보톡스 시술에 비유했다.
이 내정자는 전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출산 기피 부담금’ 칼럼 논란에 대해 “경제학적 이론 하나를 소개한 정도”라며 “현실적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고 명기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