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소년사법국’이 절실한 이유

“4년간의 취재를 통해 결국 소년사건은 사회 시스템과 가정환경, 친구관계 등과 실타래처럼 얽혀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최원훈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폭넓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극본을 쓴 김민석 작가의 말이다. 드라마는 소년범죄의 원인과 소년범 교화에 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언론에 자극적으로 보도되는 촉법소년의 잔인한 범죄에 대한 분노와 냉소를 잠시 거두고, 소년범죄의 이면을 냉정하게 들여다보아야 해결책이 보인다는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다.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소년사건을 수사하고 소년범을 심판하며 보호처분을 집행하는 모든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률 감소, 소년범의 재사회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집중해야 한다. 드라마 속에서 심은석 판사는 소년범에게 합당한 처분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경찰, 검찰, 보호관찰소, 소년분류심사원, 청소년회복센터 등과 수시로 연락하고 긴밀히 협력한다.

소년이 범죄를 저지른 곳은 사회다. 소년은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또래집단에 속해있다. 따라서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소년범은 입체적 인물이고, 소년범죄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반면 소년사건 처리절차는 선형적·평면적 구조다. 그래서 소년범이 경찰 입건 후 검찰 조사를 거쳐 소년부 법정에 서서 보호처분을 받기까지 평균 5~6개월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재범이 잦고, 이를 막을 적절한 조치도 할 수 없다. 소년범이 범죄 후 다음 재범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6개월 이내인 비율이 2020년 기준 52.4%이다. 조기 개입이 중요하지만 사실상 방치되는 것이다.

가정의 보호력이 미약하고 학교생활에도 부적응하여 거리를 방황하는 위기청소년에게 선제적으로 개입해서 환경을 개선하고 범죄를 예방해야 하지만, 현재의 소년사법체계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 단계에서 임시조치를 도입하여 소년이 재판일까지 보호관찰을 받도록 해서 지도·감독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년 담당 보호관찰 인력을 증원하고 소년분류심사원을 증설해야 한다.

또한 보호처분을 집행하는 청소년비행예방센터, 보호관찰소, 소년분류심사원, 소년원을 일원화하고 통합하여 총괄 운영할 ‘소년사법국’을 신설해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소년범죄를 예방하고 재범을 방지하며, 소년범을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교화하는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드라마 속 심은석 판사의 신념과 사명감은 소년사법국을 통해 현실에서 더 체계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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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혐오, 사전적 의미로 싫어하고 미워함을 뜻합니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소년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처분은 냉정함을 유지할 겁니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소년에게 어떠한 색안경도 끼지 않을 겁니다.”

<소년심판>의 주인공 심은석 판사가 마지막 장면에서 한 말이다. 그동안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되는 일부 소년범죄의 단면만을 접하고, 소년법 폐지 등의 극단적인 엄벌을 요구해온 기성세대와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회는, 국가는 소년을 위해 최선을 다한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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