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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지금도 검찰주의자인가

입력 2022.04.12 22:3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방문,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방문,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시간은 사람마다 속도감이 다르다. 대선 후의 첫 주와 첫 달이 유독 그렇다. 뉴스도 보기 싫은 쪽은 한 달이 1년 같고, 이긴 쪽은 하루하루가 새롭고 마디지게 흐른다. 인지상정이다. 보수·진보 논객들의 글엔 걱정도 쌓인다.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치 세우고)로 부동산·물가·재정의 험로를 헤쳐갈 수 있을지, 왜 ‘늙은 내각’과 ‘닥치고 한·미동맹’으로만 가는지, 최저임금과 52시간제는 어찌 바뀔 건지…. 새 정부 출범까지 다시 한 달, 길찾기 부산한 세상엔 큰 불덩이도 하나 던져졌다. ‘검란(檢亂)’이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논설위원

전조(前兆)는 여럿이었다. 3월25일, 검찰은 3년 묵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꺼내들었다. 4월4일, 경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부인의 법인카드 사건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4월6일, 검찰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받아온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정권 이양기부터 사정 시비가 인 것은 전례없고, 2년째 휴대폰 포렌식을 못해 끌어왔다는 수사를 정권 바뀌자 종결한 것은 옛 버릇 그대로의 블랙코미디였다. 4월7일,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의원 사·보임(辭補任)을 했다. 검찰은 그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채비로 읽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묻고 따진다. 큰 의미는 없다. 검찰이 자극했고, 172석 민주당은 칼을 뽑았다.

검경이 움직인 세 날 모두 소환된 이가 있다. 문재인 정부 적폐와 이재명 수사를 공언하고, 측근 한동훈을 중용하겠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다. 그는 집권하면 검찰의 직접수사를 넓히고, 예산권도 주고, 고위공직자 수사를 우선토록 한 공수처법 24조를 없애고, 법무장관 수사지휘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다 묶으면 다시 검찰공화국이다. 미래권력을 쥔 ‘검찰총장 윤석열’은 그 자체로 검란의 불쏘시개가 됐다.

서초동엔 두 개의 시금석이 생겼다. 인사는 한동훈, 수사는 김건희다. 윤석열이 “독립운동하듯 살았다”고 호명한 한동훈과 또 다른 ‘한동훈들’은 검찰의 실세가 됐다. 그 배치도는 이제 정치중립을 재는 잣대가 될 판이다. 대통령 부인이 될 김건희는 익명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125만주(40억원)를 284회나 시세조종한 게 포착됐다. 검찰은 그 범죄일람표를 쥐고도 여태껏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 조국 딸의 대학·의전원 학력이 취소됐다는 기사에도, 경기도 5급 공무원이 도지사 부인에게 3년간 700만~800만원의 법인카드를 썼다는 기사에도 댓글이 붙는다. “그럼 김건희는?” 이 댓글은 윤석열이 법치와 공정을 말할 때도 따라다닐 것이다.

3년 전이다. 검찰 고위간부가 신문 만평에서 한 글자가 빠지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법복 입은 검사 감투에 쓰인 ‘떡’자와 ‘색’자는 지은 죄를 수용하겠으나, 검사를 개로 그리는 일은 없어지길 바랐다. 스폰서·전관예우 검사에 붙는 ‘떡검’이나 성폭력 검사를 지칭한 ‘색검’보다 ‘개검’은 정치검찰이나 일사불란한 검사동일체(상명하복) 문화를 비웃을 때 화백들이 그린다. 그는 거악과 싸우고 서류 더미에 묻혀 사는 검사도 많다 했고, 바람 부는 방향으로 눕고 공작하는 정치검찰이 검찰을 먹칠하는 적폐라고 했다. 고개를 끄덕였지만, 돌이켜보면 가장 달라지지 않는 검찰의 속성이 그것이다.

민주당이 12일 4월 국회에서 검찰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입법을 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법 시행은 3개월 뒤로 미루고, 검찰에서 나오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수사를 어디로 넘길지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FBI’도 구상하겠다고 한다. 대안 논의는 열어놓고 개문발차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까지 경고하며 막겠다고 했다. 국론은 분열되고, 여의도는 전운 가득한 4월이 불가피해졌다.

수사·기소권 분리는 ‘괴물 검찰’을 개혁하는 제도적 종착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형사사법체계와 수사역량을 교통정리하는 선결과제가 이뤄졌을 때다. 몇가지 원칙이 절실해졌다. 정치가 복원돼야 하고, 민생의 파행은 없어야 한다. 국회에서 합의안을 만드는 끈기와 유연성도 포기해선 안 된다. 분명해진 것은 또 있다. 이 순간, 리더십을 보여줄 가장 큰 정치인은 윤석열이다. 그의 ‘검찰권 강화’ 공약이나 ‘거부권 행사’ 전망이 여야 간 긴장을 높였음도 부인할 수 없다. 지금도 검찰주의자인가. 국정과 국민을 맨 앞에 두고, 대통령은 민생·개혁 과제의 합의와 타협을 추동하는 민주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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