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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입력 2022.04.15 03:00

수정 2022.04.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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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2015. 김지연

골목길. 2015. 김지연

아파트가 선호의 대상이 되면서 골목길은 동네의 풍경 안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심지어는 좋은 의미를 가지고 시작한 도시재생 사업이 빠른 시간에 성과를 이루려는 생각 때문에 옛 골목의 정서와 시간을 지워버리는 경우가 있다. 낡은 마을에 예술가들이 정착하게 되는 것은 좀 남루하더라도 옛 흔적이 남아 있는 것에서 의미를 찾으며 비교적 집값이 싸기 때문이다. 삶의 흔적을 하나둘 복원해 나가면서 주민들과 부딪치기도 하고 화합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다보면 어느새 소문이 나서 관광지로 변하고 집값은 오른다.

도시재생 사업에서 행정과 주민과 예술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예술가 쪽에 힘을 실어주면 주민들이 반발하고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주면 예술성을 잃기 십상이다. 대개가 하드웨어 쪽에 치중하여 무엇인가를 짓고 만들어 놓는다. 그 뒤로 이어지는 콘텐츠가 없어 흐지부지되고 만다.

전주 서학동사진미술관은 낙후된 지역 골목에 자리한 개인주택을 전시장으로 바꾸어 2013년부터 비영리로 운영해 왔다.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골목주민들과 합의를 이루면서 정성껏 골목을 가꿔 왔다. 각 집 앞 화분에 꽃을 심고 상추와 쑥갓도 기르며 풍성한 골목을 만들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이 골목에 들어서서 전시장까지 오는 시간에 꿈을 담아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 사업으로 골목길의 모든 벽을 돌가루가 섞인 회색으로 칠하고 밑단에는 쥐색 화강암 석판을 둘렀다. 몇몇 어르신들은 ‘깨끗해졌다’고 좋아하지만 골목은 이미 골목길로서의 개성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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