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물리적 거리 두기 조치가 18일부터 전면 해제된다. 2년1개월 만의 일상회복을 앞두고 소비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한 달 만에 반등하며 소비 부활을 예고했다.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소비 욕구를 자극한 것이다. 실제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이달 1~16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주식시장에서는 일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행과 항공 관련주 강세가 뚜렷하다.
코로나19는 소비 트렌드까지 바꿔놓고 있다. 지금까지는 ‘보복소비’ 행태가 두드러진다. G마켓과 옥션이 지난 3월11일부터 한 달간 해외 항공권 판매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3위가 비행시간 6시간 이상인 곳이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같은 기간 1~3위는 5시간 이내 단거리 노선이었다. 억눌렸던 해외여행에 대한 보상 심리로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장거리 여행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기만족을 위해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는 분위기도 강화됐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3대 브랜드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26~40% 늘었다.
그러면 향후 소비는 어떻게 될까. 지향하는 가치나 만족도에 기반한 제품을 구매하는 ‘가치소비’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980~2000년대 초반 태어난 MZ세대 소비자 3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4.5%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가치소비를 반영하는 새 흐름 중에서는 심리적 만족을 강조하는 ‘가심비’가 으뜸으로 꼽혔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10여개국 1만여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소비자들은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먹고 입고 쓰기 위해 구매하는 모든 제품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지구를 병들게 한다. 이처럼 자연을 훼손하고 탄소를 발생시키는 소비 행태가 결국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의 창궐을 초래했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생산과 소비를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일깨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