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총대 멘 검찰 수뇌…19일 평검사회의, 최대 분수령될 듯

이효상 기자

사표 던진 김오수 검찰총장…검찰의 행보는?

<b>대검찰청 앞에 ‘검수완박 반대’ 현수막</b>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발의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검수완박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 앞에 ‘검수완박 반대’ 현수막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발의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검수완박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직에 연연 안 해” 배수진 쳤지만 법안 저지 한계 절감
문 대통령과 면담 무산도 영향…한동훈 “충정 이해”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던 김오수 검찰총장이 17일 결국 사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발의하는 등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되고, 대통령 면담 요청까지 거부당하면서 총장직 사퇴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의 입법 움직임→검사 집단반발→만장일치 당론 채택→한동훈 법무부 장관 내정→법안 발의 등의 과정을 통해 ‘치킨게임’ 양상을 강화해왔던 민주당과 검찰 간 대치는 한층 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게 됐다.

김 총장의 자진사퇴는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지만 시점은 예상보다 빨랐다. 전날까지도 김 총장은 ‘검수완박’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16일 가평계곡 살인사건 피의자들이 검거됐다는 소식에 “철저한 수사로 실체 진실을 명확히 밝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을 지시했다”며 “최근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으로 인해 검찰이 더 이상 국민들의 인권보호 및 피해구제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18일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수완박에 대한 검찰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총장은 이날 “검찰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는 논리적 설명이나 설득으로는 더 이상 법안 처리 강행을 막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지난 15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하기 전 “검찰이 잘못했다면 입법절차 진행에 앞서 검찰 책임자인 저에 대한 탄핵절차를 먼저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민주당은 검사의 수사권을 사실상 없애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검찰총장의 발언을 완전히 무시했다.

지난 11일 전국검사장회의를 통해 마련한 단계별 대응 전략이 유효하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국회에 형사사법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해줄 것을 제안하는 한편 국회에 정치적 논란이 된 사건의 수사기록을 공개하는 방안,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면담을 거부했다.

대검찰청 간부들도 김 총장 사퇴 소식을 발표 직전에야 알았다고 한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얘기는 진정성을 보일 다른 방법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 아니겠는가”라며 “최후의 수단을 결심하게 만든 방아쇠가 무엇일지 예측이 안 된다”고 했다.

앞서 전국검사장회의에서도 검수완박 저지 수단으로 김 총장의 사표 제출 시점이 논의됐지만, 김 총장이 “최선을 다해 소명하겠다. (시점은) 전적으로 맡겨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의 사표 제출에 이은 검찰 고위 간부들의 줄사표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표 제출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읽힌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법률이 통과되면 사표 제출이 이뤄질 것”이라 했고, 또 다른 검찰 고위 간부는 “총장 본인의 결심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할 일을 하면서 문제투성이 법안 내용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박성진 대검 차장이 직무대행을 맡아 검수완박 저지에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치된 의견으로 검수완박에 반대 의견을 냈던 고검장들을 중심으로 집단지도체제가 형성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19일로 예정된 전국평검사회의는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김 총장 사퇴로 검찰 내부의 반발세가 더욱 결집될 수 있다.

대선 직후 이른바 ‘윤핵관’의 압박에도 임기 완주 의사를 내비쳤던 김 총장이 중도 사퇴하게 되면서, 새 검찰총장은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다음달 10일 이후 임명될 수밖에 없게 됐다. 윤 당선인이 내정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김 총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절차를 무시한 입법폭주로 국민의 피해가 불을 보듯 예상되는 상황에서 형사사법 업무를 책임지는 공직자로서의 충정으로 이해한다”며 “헌법질서와 법치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제도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국민들께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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