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플라스틱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의 의식주 생활에 플라스틱 제품이 빠진 곳은 거의 없다. 다양하게 모양을 낼 수 있고 내구성이 좋으며, 대량생산이 가능한 데다 가격까지 저렴하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다 쓰고 난 뒤 버려도 분해되지 않아 계속 쌓이게 된다. 대기와 물, 땅을 오염시키고 인간과 동물 체내에 축적돼 생태계를 교란한다.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최근엔 인간과 지구를 해치는 주범으로까지 여겨진다.
시민사회가 플라스틱 사용 감축과 재활용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주요 기준으로 대두되면서 기업들도 다양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병 재활용이다. 페트병에서 뽑아낸 실로 의류나 가방을 만드는 기술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현대건설은 플라스틱 화장품 빈병을 잘게 부숴 콘크리트와 혼합한 테라조 타일을 생산키로 했다.
버려진 페트병을 철근으로 변신시키는 기술도 나왔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는 건설공사에 쓰이는 철근을 대체할 수 있는 ‘K에코바’를 올해 말부터 생산한다고 20일 밝혔다. K에코바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으로 만든 보강근이다. 철근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이지만 강도가 2배 단단해 시공 및 운송이 쉽다. K에코바에는 유리섬유를 보호하는 함침제가 30%가량 포함돼 있는데, 그 원료가 바로 페트병이다. SK에코플랜트는 “2ℓ 페트병 한 개로 K에코바 1m(760g)에 들어가는 함침제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연간 K에코바 20만t을 생산한다면 페트병 3억개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K에코바는 제작 과정에서 탄소도 철근보다 절반 이상 적게 배출된다. 하지만 다 쓰고 난 뒤 폐기할 것을 생각하면 걱정이 된다. K에코바를 구성하고 있는 유리섬유와 플라스틱 성분은 철근보다 분해 기간이 훨씬 더 길다. 22일은 52번째 지구의날(Earth Day)이다. 100년을 채 못 사는 인간이 46억년 지구별에 해만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신기술로 자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능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