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공천, 거꾸로 하면 된다

박용환 용인주권연대(준) 공동대표

한국 보수 정당을 대표하는 국민의힘 대표의 지방의원에 대한 발언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한 강연에서 “지금까지 기초의원이라고 하면 동네에서 중장년층 남성이, 보통 직업은 동네에서 자영업을 하시고, 밤늦게까지 동네 유지처럼 술 드시고, 이러면서 ‘어 형님 동생’ 하신 다음에 같이 좀 불법도 저지르면서 같이 유대관계를 좀 쌓고… 이렇게 으샤으샤 하면서 조직을 만들어 당원 한 200명 정도 모으면 공천되는 시스템이었다”고 말했다.

박용환 용인주권연대(준) 공동대표

박용환 용인주권연대(준) 공동대표

이 발언을 접한 전국의 기초의원들이 ‘기초의원 비하발언’이라며 이 대표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공분했다고 하지만, 가까이에서 지방의회 의원들을 보는 대다수 국민들은 오히려 이 대표의 발언에 더 많이 공감했을 것이다.

현실에서 지방의회 의원 공천 기준을 보면, 1순위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충성도가 높은 사람, 2순위는 많은 인맥과 당원 확보, 3순위는 돈과 권력(지역유지)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4년이 되도록 조례안 발의, 시정·도정 질의를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도 생겨나는 것이 지방의회의 현실이다. 이 정도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현재 각 정당에 지방의회 의원 공천 기준이 있는지 그리고 그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려면 각 정당이 기존의 지방의회 의원 공천 기준과 정반대로 하면 된다. 돈 없고 인맥 없고 국회의원에게 충성도가 낮은 사람을 지방의원으로 공천하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인맥과 돈이 없고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아부 안 하는 사람이 기존 잣대로 공천된 지방의원들보다 일을 더 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기준이 다음과 같이 매우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

인맥이 많지 않은 사람은 특히 기득권층, 지역유지 등과의 인맥이 엮여 있지 않으니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그들의 의사나 관심사보다는 지역 주민들의 객관적인 의사를 더 대변하게 된다. 더 나아가 주변에 힘과 권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더 많다 보니 그들의 의사를 더 대변하게 된다. 소위 인맥이 많은 이들의 인맥은, 대부분 돈 많고 권력에 가까운 자들이다. 지역에서 한 자리씩 하고 있는 그들은 이렇게 저렇게 얽혀 있다. 그러다보니 그런 인맥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되거나 문제가 생겨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그들을 구제하기 위한 일들도 서슴지 않는다.

재력가들은 지방의원을 하면서 지역 개발 등 고급 정보를 먼저 접하기 때문에 탐욕이 쉽게 작동하고 투기 유혹에 빠지기 쉽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늘리고자 하는 욕망은 거의 본능적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각종 이권사업을 먼저 접할 수 있는 지방의원은 투기와 탐욕을 부추기는 자리가 되기 십상이다. 거기에다 그들은 정치후원금 등으로 국회의원에게 돈과 인맥을 가져다 바치기 때문에 나중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건지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지방의원 공천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이 있다 보니 국회의원에게 아부 잘하고 충성도 높은 사람들이 우선순위에 오른다. 그래서 지역민들을 위해 일할 사람을 발굴하기보다는 국회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을 낙하산 식으로 지방의원으로 내리꽂는 것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제대로 지역민들을 위해 일할 사람이 만들어지지 않고 충성도 높은 사람만이 계속 양산되는 것이다. 이처럼 돈과 인맥, 충성도를 중시하는 현행 공천 시스템하에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번 선거 때면 국민들은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차선이라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각 정당은 공천 기준과 공천 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요구한다.


Today`s HOT
런던의 어느 화창한 날, 공원에서의 시민들 시드니 풋볼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호주 선수들 아름다운 선행, 구조 대원들에 의해 살아난 동물들 페르시아 새해를 앞두고 이란에서 즐기는 불꽃 축제
산불이 일어난 후 쑥대밭이 된 미 오클라호마 베르크하임 농장에서의 어느 한가로운 날
가자지구에서 이프타르를 준비하는 사람들 밤새 내린 폭우, 말라가주에 목격되는 피해 현장
최소 6명 사망, 온두라스 로탄에 비행기 추락 사건 220명 사망, 휴전 협상 교착 상태서 공습 당한 가자지구 케냐를 국빈 방문한 네덜란드 국왕 동물원에서 엄마 곰의 사랑을 받는 아기 곰 '미카'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