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에 출연해 이야기하고 있다. tvN 제공
정치가 연예 프로그램과 연계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들어 정치 풍자가 허용되면서부터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최병서 등 개그맨들이 정치인 성대모사를 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치인의 본격적인 예능 출연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서 출발했다는 게 정설이다. 1996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 이경규가 간다>는 야당 총재였던 DJ의 일산 자택을 찾았다. DJ로서는 민주 투사 이미지를 탈피할 기회였다. 훗날 많은 사람들은 이 장면들을 보고 “DJ가 위험한 빨갱이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딱딱한 이미지의 정치인들이 대중적 호감도를 얻는 데는 예능 출연만 한 게 없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인들은 예능 출연에 더욱 몸이 단다. 2012년 대선 당시 여야의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차례로 출연했다. 올 대선에서 맞붙었던 윤석열·이재명 후보도 지난해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TV 예능에 출연했다. 윤 대통령 당선인은 “야~이 좌식아” 등 배우 주현씨 성대모사로 친근감 심어주기를 시도했다. 이 후보 역시 부드러운 면모를 부각하려고 애썼는데, 둘 다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인의 예능 출연이 정치인을 미화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대선과 같은 큰 선거에서 예능 출연은 필수다. 예능감이 떨어지는 후보는 손해를 각오해야 할 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tvN의 인터뷰 방식 예능 프로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했다. 당선 후 첫 TV 출연이었는데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그램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총리 출연이 프로그램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산된 사실이 드러났다.
윤 당선인은 유독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는 명분도 시민과의 소통이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보다 예능 출연이 훨씬 더 편할 것은 불문가지다. 이번 출연도 윤 당선인 측이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의 소통은 다소 재미없더라도 정직하고 진지해야 한다. 예능 소통은 당선 전 후보일 때로 끝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