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가 대학병원장일 때 신설된 특별전형으로 의대에 편입한 아들, 그 병원 진단서로 병역처분 변경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 미국 고교 방학 중 아빠 로펌에서 ‘체험활동’ 등으로 유학생 동료들 사이에서 ‘인턴 3관왕’으로 불린 딸(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 훗날 장관 후보자가 될 딸과 같이 살면서 ‘전세 계약’을 맺어 억대 보증금을 받은 엄마들(한화진 환경부·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 이중국적으로 외국인학교 다니다 카이스트 진학한 아들, 이후 그 대학 동문들과 해외 도박사이트 설립에 참여(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지난 3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한 달 가까이 인사 검증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통상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숱한 의혹과 논란이 제기되지만, 이번 윤석열 정부 조각 인사에서는 특히 ‘○○ 찬스’로 불릴 만한 의혹이 대부분의 후보자에게서 불거졌다.
후보자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 등을 바탕으로 자녀가 입시·병역·취업 등에서 혜택을 본 ‘아빠 찬스’ 의혹이 주를 이뤘고, ‘남편 찬스’ ‘엄마 찬스’도 등장했다. 후보자 본인의 경력 등을 배경으로 ‘감투’를 얻어 안정적 수입을 올려온 ‘셀프 찬스’도 다수 엿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할당이나 안배는 없다”며 오직 유능함을 기준으로 발탁했다고 했다. 대부분이 고위관료, 대학교수, 법조인, 정치인 등이었다. 장관 후보자들에게 불거진 ‘찬스 논란’은 한국 사회의 주류가 인맥, 학맥, 경력 고리로 ‘그들만의 특혜’를 누리고 있으며, 그것이 대물림되는 현실이 투영돼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공정’이라는 윤 당선인의 표어가 무색하다는 것이다.
25일 시작될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 줄줄이 이어지는 인사청문회는 이 같은 의혹들이 공개적으로 다뤄지는 중요한 인사검증의 장이다.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윤석열 정부 첫 인사의 면면에 제기된 의혹이 청문회에서 얼마나 해소될지 주목된다.
■남초 내각의 우후죽순 ‘아빠 찬스들’
‘아빠 찬스’는 새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발표된 직후부터 최근까지 계속 이어지는 주요 이슈다. 전체 총리·장관 후보자 19명 중 여성 3명을 제외한 16명이 남성인 ‘남초 내각’인 까닭에 아빠 찬스 논란이 유독 많았다.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문제가 양적·질적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사실에서 출발한 의혹은 ‘아들의 불합격 후 이듬해 지역 출신 특별전형 신설→딸의 특정고사실 면접 만점→아들 공저 논문 표절’ 의혹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현역복무 판정을 받은 아들은 아버지가 재직 중인 경북대병원 발급 진단서를 통해 사회복무요원으로 재판정을 받았는데, 이 문제는 정 후보자 측의 ‘셀프 재검’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완전히 씻지 못하고 있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이 한국풀브라이트동문회 회장으로 있던 시절 딸이 2년간 1억원에 이르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수령해 ‘아빠 찬스’ 논란이 일었다. 학생군사교육단(ROTC) 출신인 김 후보자 본인도 군 복무 중 대학원 석사 과정에 다녀 문제가 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이 사외이사로 있는 회사의 계열사에 취업한 아들로 논란이 됐다. 이 후보자의 딸은 이 후보자가 재직하던 법무법인 율촌에서 ‘체험활동’을 했고, 국회의원실, 외국계 제약사 등에서 인턴십을 했다. 이 후보자는 자녀의 진학을 앞두고 주소지를 옮긴 사실(위장전입)을 시인했는데,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비슷한 위장전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배우자는 본인이 설립한 회사에 아들을 감사로 등재해 논란이 됐다.
■사외이사·고문 ‘셀프찬스’도 부지기수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무역협회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을 지내며 43억원에 이르는 수입을 올려 입길에 올랐다. ‘김앤장→부총리·총리→김앤장→총리 후보자’로 회전문을 통과하듯 자리를 옮겨온 이력 때문에 ‘관피아의 최고봉’이라는 뒷말도 낳았다. 공직 퇴임 이후 부인 최모씨가 미술 작품을 대기업에 수천만원 어치 판매한 ‘남편 찬스’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각각 함께 사는 모친과 전세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확인됐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며 전세 계약이 아닐 경우 모친에게 부과될 수 있는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는 ‘남편 찬스’로 11억여원을 증여받은 사실을 10년간 신고하지 않다가 장관 내정 발표 직후 부랴부랴 증여세를 납부해 세금 탈루 논란이 일었다. 지각납부에 대한 가산세를 내느라 이 후보자가 또 1억7000만원을 증여한 추가 ‘남편 찬스’도 있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사 임관 전 모친이 돈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상대의 아파트를 매입한 데 대해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한 후보자의 아파트 매입 한 달 뒤 근저당권이 해제됐는데, 실제 금전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엄마 찬스’인 셈이다.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 후보자의 문어발식 대기업 사외이사·자문위원 활동,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관사 재태크를 통한 재산 증식, 한화진 후보자의 미신고 대학 출강 등의 사례는 본인의 지위를 활용한 ‘셀프 찬스’ 의혹에 가깝다.
이 같은 찬스 의혹들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안들이 눈에 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후보자들과 인사청문준비단에서는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는 식의 답변을 기계적으로 내놓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청문특위와 상임위 의원실에서는 후보자 측의 자료 미제출과 지연 제출 등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강정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4일 “인사권자로서는 ‘능력 있어 뽑았다’고 하겠지만 일반 성인들은 ‘출발점이 다르다’고 보는 이들이 많아 공감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진보·보수 상관없이 현재 사회의 엘리트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의 자녀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가 됐다”면서 “(아빠 찬스가 제기된 자녀들은) 법을 어기지 않은 이상 ‘찬스를 썼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