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2020년 하반기부터 온라인 원격수업이 시작되었다. 그 무렵 우리 집 어린이가 다니는 학교는 수업에 쓸 스마트기기 보유 현황을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스마트패드나 노트북을 빌려주겠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고장이나 파손 시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우리는 집에 노트북이 있어 굳이 빌려 쓸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만 학교가 이런 부분에도 신경을 쓰는 듯해 좋았다.
모두를 위한 스마트기기?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그런데 지난달 어린이가 학교에서 태블릿PC를 하나 받아 왔다. 우리 집엔 스마트기기가 있다고 했는데 왜 받아 왔냐고 물으니 학생들 모두가 지급받는 기기라고 한다. 최근에 온 가정통신문을 다시 살펴보니 졸업하거나 전학할 때까지 무상으로 기기를 쓸 수 있다고 한다. 학생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해서 학부모 동의를 받지만 이 스마트기기로도 수업을 하니 지급받지 않으면 수업 참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이제 좋은 마음은 사라지고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지급받은 태블릿PC는 삼성의 갤럭시탭이었다. 이걸 전체 학생에게 지급하면 수량이 많이 필요하고 예산도 많이 들 텐데, 누가 갤럭시탭으로 정했고 돈은 얼마나 썼을까? 지급은 받았지만 정작 잘 쓰지 않는 듯해서 어린이에게 왜 그러냐고 물으니 인터넷은 되지만 게임 설치 등은 안 되어 불편해서 안 쓴다고 한다. 이왕 학생들에게 줄 거면 활용도를 높여야 할 텐데 청소년 보호를 빌미로 프로그램 설치를 차단하니 쓸모가 별로 없다. 더구나 올해는 전면등교라 원격수업도 없었다. 가끔 수업에 쓴다며 학교에 들고 가긴 하지만 용도가 딱히 없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왜 이런 식으로 일을 할까 싶어서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계약 현황을 살펴봤다. 2021년 10월20일에 ‘학생 스마트기기 보급사업’으로 약 87억원, 그리고 12월14일에 ‘학생 스마트기기 보급사업(2차)’로 약 281억원(물품), 약 54억원(용역) 두 건이 계약되었다. 12월30일에는 보급사업 조달 수수료로만 약 4200만원을 썼다. 이렇게 스마트기기를 보급하는 사업으로 총 422억4000여만원이 든 셈이고, 연말에 몰아서 기기를 구입했다.
교육청 재정이 넉넉해서 이렇게 일을 할까. 교육청 재정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통합재정수지는 2022년 기준 767억원 적자이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에 대비하는 원격수업이 필요하지만 집에 고립된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들을 챙기고 돌볼 사람과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지역마다 경로당은 수백개인데 청소년 공간은 열 손가락 안이고, 청소년이 참여할 프로그램은 공부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지낼 공간도 필요하고, 소규모 동아리 활동도 중요하고, 자립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거나 관계를 고민할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수백억원의 교육예산이 이런 곳에 쓰인다면 훨씬 교육적이지 않을까.
탄소만 줄이면 그린스마트 미래인가
작년 말부터 여러 사람들과 기후위기로 초래될 산업사회의 붕괴에 대응하려는 시도를 다룬 <Deep Adaptation>이라는 책을 번역하고 있다. 이 책에는 기후위기와 관련해 영국에서 열렸던 교육 분야 워크숍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 워크숍에 모인 교사, 학생, 청년들은 교실에 앉아 정보를 암기하는 수동적이고 경쟁적인 교육과정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 그러면서 학습보다 놀이와 발견으로, 신뢰와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관계 형성으로, 안전하고 지지를 받는 분위기에서 위기에 관해 얘기할 수 있는 자리로, 실제 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의 교육은 어떤가? 여전히 학습과 경쟁 중심이고, 코딩 배우고 스마트기기 사용하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것처럼 가르친다.
어린이가 다니는 학교가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을 했다고 해서 사업 내용을 봤더니 학교 건물 공사였다. 노후 건물을 리모델링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 그린인가? 작년에만 이런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예산이 전체 1조8000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그것도 민간기업이 공사를 해서 교육청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교육청이 기업에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BTL)으로 진행되었다. 한마디로 빚내서 건물을 고쳤다는 이야기다.
정치의 미래도 갑갑하지만 교육의 미래는 더 갑갑하다. 지금의 위기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