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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트로피 인사

입력 2022.04.26 03:00

수정 2022.04.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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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범한 미국 조 바이든 내각은 여러모로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여성이 무려 46%에 달했고, 인종별로는 백인 50%, 흑인 23.1%, 라틴계 15.4%, 아시아계가 11.5%나 됐기 때문이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장관들도 여럿 포진했다.

문주영 전국사회부 차장

문주영 전국사회부 차장

첫 여성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 첫 흑인 국방장관인 로이드 오스틴, 첫 커밍아웃 장관인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첫 인디언 장관인 데브 할랜드 내무부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이민자인 루시 고가 한국계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미 연방고법 판사에 인준됐고, 이달 초에는 미 연방대법원 233년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대법관이 탄생하는 등 사법계도 연일 파격의 인사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내각을 보면 국무총리와 18개 부처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등 20명 중 여성은 15%인 3명에 그쳤다. 출신 지역으로는 영남이 7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 6명, 충청 4명, 호남 2명, 제주 1명 등이다. 연령대는 당선인이 후보 시절 약속한 ‘30대 장관’ 근처에도 못 가는 평균 나이 60.9세다.

출신 대학의 쏠림도 절대적이다. 당선인과 동문인 서울대 출신이 11명으로 절반을 넘었고 소위 스카이 출신까지 합하면 75%(15명)나 된다. 언론에서는 ‘서육남’(서울대 출신의 60대 남성)·‘육서영’(60대에 서울대·영남 출신) 또는 ‘전남친’(전 정권 인사·남성·친한 사이) 등의 표현으로 비판하지만 당선인 측은 “인선 기준은 전문성과 유능함 등 실질적 능력”이라며 “앞으로도 보이기 위한 ‘트로피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능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자녀들의 아빠 찬스는 둘째치고 경북대병원 재임 4년간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발탁 기준에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미 바이든 내각이 인적 구성의 다양성에 있어 선도적인 선택을 한 것은 맞지만 학벌주의는 되레 강화됐다는 점에서 불편한 부분도 없지 않다. 내각 구성에서 여성과 유색인종의 비율은 크게 높였지만 백악관 참모진의 경우 아이비리그 출신 비율이 전 정권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아지는 등 학력으로 상징되는 능력주의는 심화된 탓이다. 첫 흑인 여성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과 루시 고 모두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이고, 성소수 장관인 부티지지도 하버드에서 공부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겉으로 보여지는 그 같은 다양성과 참신함조차 포기했다. 이를 능력주의로 표방했지만 대놓고 특정 계층을 위한 정부임을 자인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왈저는 정의로운 사회란 독점을 허용하지 않고 복합적 평등에 도달한 사회라고 말했다. 김종영 경희대 교수도 “독점이 부정의의 핵심”이라며 “독점을 해제하는 것이 정의를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성별, 특정 나이대, 특정 지역의 인사들이 독점한 내각이 만들어갈 정의 사회는 과연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청년·지방·여성·사회적 약자 등이 배제된 그들만의 리그가 될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대보다 걱정이 더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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