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쳐선 안 될 ‘반부패 개혁’

이지문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고문·정치학박사

‘부패 척결 및 공정 확립’, 최근 모 월간지 여론조사 결과 ‘차기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가장 높은 답을 받은 항목이다. 그 뒤로 사회 양극화 해소 및 균형발전, 국민 통합 및 정치개혁, 경제 성장 및 일자리 확대, 부동산 가격 안정, 저출산 고령화 대책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명 조국 사태를 통한 공정 열망과 함께 LH 사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뿐만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가족과 관련된 갑질을 포함한 부패 논란이 선거 내내 주요 이슈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지문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고문·정치학박사

이지문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고문·정치학박사

이러한 국민적 여망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당선인의 정책 공약집을 찾아보면 100개가 넘는 세부과제 중에서 ‘부패 척결 및 공정 확립’과 관련된 것은 넓게 보더라도 ‘부모찬스 없는 공정한 대입제도 마련’ ‘공정한 채용 기회 보장, 채용비리 근절’ ‘시민단체 공금 유용 및 회계 부정 방지’ ‘공정거래 관련 법 집행체계 개선’ 정도에 불과하고 국가 큰 틀에서의 반부패 및 공정 확립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을 보더라도 정부부처 파견 실무위원 중에는 감사원, 검찰이 있다고 하지만 반부패 총괄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빠져 있으며 반부패와 공정을 제대로 다루는 분과도, 그리고 그와 관련된 전문위원도 찾아보기 어렵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출정식에서 “이번 대선은 부패와 무능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이제 반부패 및 공정 확립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부패 척결 및 공정 확립은 비리가 발생하고 불공정 행위가 일어난 후 경찰이나 검찰을 통한 사후 적발 및 재판을 통한 처벌 위주가 아니라 사전 예방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이명박 정부 때 국무총리 소속 기구로 격하된 국민권익위원회를 독립적인 반부패 총괄기구로 개편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구성한 청렴사회민관협의회를 단지 의견 제시 정도가 아닌 노무현 정부 당시 투명사회실천협의회같이 민이 주도하는 협의체로 구성하는 게 요청된다. 둘째, 국민권익위 산하 청렴연수원을 명실상부한 국가 최고 청렴연수기관으로 개편해 홍콩의 염정공서처럼 공직자뿐만 아니라 일반인, 학생 대상 청렴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부패신고와 공익신고로 나뉜 법을 통합해 단일한 공익제보자보호법을 만들어 보호 및 보상 수준을 통일시키고 공익제보자기금을 통해 신고자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넷째, 권력형 부패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 요청된다. 행정관청에서의 급행료나 교육현장의 촌지, 교통경찰에 대한 단속 무마 금품 제공 등과 같은 비리는 거의 없어졌지만 권력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상층부의 부패는 여전히 심하고 규모 역시 천문학적이라는 점에서 고위직, 권력형 부패에 대한 처벌은 보다 엄격해야 한다. 다섯째, 전문성 없는 공공기관장 및 감사의 낙하산 인사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과 정책 기조를 같이하는 이를 공공기관에 임명할 수 있다 하더라도 단지 캠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능력도 안 되는 사람들을 자리 챙겨주기 식으로 보내는 것은 막아야 한다.

지난 1월 발표된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62점으로 180개 조사 대상국 중 32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 5년간 부패인식지수가 지속적으로 개선되었다는 성과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주요 국정 과제로 ‘반부패 개혁’을 설정하고, 부패인식지수 20위권 도약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은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당선인이 5년 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반부패 척결 및 공정 확립’이 국가 운영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리한다면 부패인식지수 20위권 도약, 그리고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인 70점대 진입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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