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못 믿어서 그러는 게 아니고 저를 안 믿는 거잖아요.’
타블로의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들은 타블로가 적법한 자료를 제출해도 위조로 치부하고, 사람들이 증언을 해주어도 믿지 않으며, 그저 ‘믿을 만한 증거가 어디 있느냐’는 말만 반복했다. 아무리 타블로가 보여주고 드러내도 그들은 타블로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10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누가 진실을 말했는지 알고 있다. 타블로와 그의 가족들이 받은 상처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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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 떠오른 건 인터넷에서 본 ‘워킹맘 힘내세요’라는 글 때문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두 달밖에 안 되었으니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가 있는 집은 매일매일이 전쟁이나 다름없지 싶다. 출근시간은 다가오는데 등교 시간은 아직 멀다. 아침에 갑자기 기침이라도 하면 그날 등교는 포기해야 한다. 매일 돌발상황이 벌어진다. 대개 엄마의 경력이, 정신건강이, 체력이 무너지는 시기다. 날마다 받아오는 안내문과 참석하라는 행사와 제출해야 하는 서류 더미에 치인다. 전에 없이 일찍 귀가하는 아이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것까지 대개 엄마의 몫이 된다. 요맘때야말로 아이가 어린 워킹맘들에겐 가장 힘든 시간이다. 윗글의 작성자는 본인이 그렇게 힘들었을 때 ‘우리가 버텨야 세상이 바뀐다’며 응원해줬던 직장상사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다 같이 힘내자는, 훈훈한 글을 써 주었다. 그리고 이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이 고맙다고, 힘이 난다고 답글을 달고 있었다.
하지만 훈훈한 분위기도 잠깐뿐이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성차별이란 존재하지 않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 거냐고,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을 쓰는 걸 뭐라 하는 직장이 어디 있느냐고, 여자들이 취업도 쉽고 돈벌기도 쉬운 걸 왜 인정을 안 하느냐며, 일하는 여자들이 살기 어렵다는 증거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이곳의 사례 하나하나가 다 현실이고, 정부의 일·가정 양립 정책이 여성정책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워킹맘이 힘들다는 소리는 믿을 수 없다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슴이 답답했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특정 기업의 채용 성차별 사례를 언급해도 그저 ‘선동하지 말고 객관적인 팩트를 가지고 오라’는 말만 반복했다. 개인의 경험도 사실로 인정되지 않고, 기사도, 정부의 발표도, 유엔의 통계도 증거를 대라는 말 앞에 먹히지 않았다. 결국 ‘당신들이 어떤 커뮤니티에서 어울리는지 잘 알겠다’는 조롱성 말을 남기고 상대방은 사라졌다. 댓글전쟁은 그렇게 끝이 났고 내 마음은 무거워졌다. 이미 다 지난 일이 된 나도 이렇게 속상한데, 오늘 하루를 허덕이며 보낸 워킹맘은 얼마나 더 속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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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뀌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자들이 나타났고, 남성의 가사참여 시간도 전보다 늘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아빠들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육아의 우선 책임을 엄마에게 부여하는 관행이 없어지지 않았다. 좋아지고 있다지만 워킹맘은 아직도 힘들다. 이 사실이 누군가에겐 왜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까. 현실을 인정하고 직시해야 대안을 짤 수 있다. 저출생이 그렇게 문제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그렇게 암담하다면 왜 우리는 하루를 나기 위해 뼈를 갈아넣고 있는 엄마들의 현실을 모른 척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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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