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 마지막 사면권 행사한다면 신중하고 엄정하게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각계에서 특별사면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부처님오신날(5월8일)을 맞아 전격적으로 사면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사면 대상으로는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김경수 전 경남지사·이석기 전 의원 등 정치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전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최대한 신중하고 엄정하게 행사돼야 한다. 자칫하면 헌법이 명시한 ‘법 앞의 평등’ 원칙을 뒤흔들고 국민통합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면권 최소화’ 원칙을 강조해왔다. 특히 중대 부패범죄에 대해선 사면권 제한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며 실제 보인 모습은 달랐다. 재판에도 나오지 않고 사과 한 번 한 적 없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사면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박씨는 사면이라는 은전을 입고도 자성하기는커녕 선거에 나선 측근 유영하 변호사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등 정치 행보에 나서 비판받고 있다. 원칙 없는 사면이 낳은 어처구니없는 풍경이다. 이런 일이 재연돼서는 곤란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마지막 간담회를 하면서 “사면권은 결코 대통령의 특권일 수 없다”며 “사면은 사법정의와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사법정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면이 사법정의를 보완할지, 사법정의에 부딪힐지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다. 국민의 지지나 공감대가 판단 기준”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말을 지켜야 한다. 거론되는 인사들 중 시민이 사면해도 좋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사면권을 행사한다면 최소에 그쳐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심각한 것은 힘세고 돈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있어서가 아니다. 국민 대다수가 갈망하는 평등과 공정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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