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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국

입력 2022.04.29 03:00

수정 2022.04.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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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국. 2020. 김지연

쑥국. 2020. 김지연

뒷산에 복숭아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벚꽃은 지고 있다. 꽃잎은 바람이 불 때마다 휘리릭 꽃비가 되어 흩날린다. 사람 그림자가 드문 낮은 골짜기 안에 서 있자니 황홀함인지 외로움인지 모를 감정이 지나간다. 이런 마음을 추스를 길이 없어 땅을 바라보다가 풀숲에 띄엄띄엄 돋아 오른 쑥을 보았다. 쑥을 뜯기 시작했다.

쑥을 뜯다보니 어린 시절의 일들이 떠올랐다. 봄이면 달래, 냉이, 쑥부쟁이, 쑥, 머위 등을 뜯으러 산자락이나 들판을 헤매고 다녔다. 그런 시기는 잠시였지만 윗세대의 모습들이 겹치면서 향수를 불러들이기도 했다. 겨울에도 비닐하우스 안에서 키운 냉이나 달래를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논밭 가에는 농약을 치는 경우가 많으니 함부로 채취하기가 망설여지기도 한다. 겨우 쑥 한 줌을 뜯어들고 봄기운을 안고 들어왔다. 마침 지인이 머위 첫 잎을 따와서 모처럼 봄나물 저녁상을 차릴 수 있었다. 봄나물은 면역력 증진, 항암효과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효능을 지니고 있다. 겨울의 추위 속에서 응축된 에너지가 밖으로 솟아오르는 것이니 몸에 좋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춘곤증도 이겨내고 피로를 풀어준다.

머위를 데쳐서 된장과 고추장,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무쳐 놓으니 없는 입맛이 돌아왔다. 쑥을 씻으면서는 쑥이 가지는 이 미묘한 색에 빠져들었다. 쑥 빛깔은 초록빛을 띠면서도 흰빛이 감돌아 ‘쑥색’이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쑥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며 쑥색이 주는 의미에 무감각할 수밖에 없다. 봄날, 쑥국 한 그릇을 놓고 이런저런 생각에 젖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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