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배양육, 육식 문화의 대안 될 수 있나

고희진 기자
[책과 삶]배양육, 육식 문화의 대안 될 수 있나

고기에 대한 명상
벤저민 A 워개프트 지음·방진이 옮김
돌베게 | 443쪽 | 2만원

동물권에 대한 관심 등으로 한국 사회에도 육식 대신 식물 단백질 재료로 만든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서 배양육에 대해서 말한다. 배양육은 세포를 배양해 고기 조직을 증식시킨 인공 고기다. 인구 증가, 식생활 문화 변화로 인한 고기 소비의 급증, 이로 인한 환경위기 사이에서 “배양육을 고기 역사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 책의 도입부가 도발적이다.

저자는 2013년부터 5년간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 위치한 배양육 개발 현장을 직접 조사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구글을 비롯한 다양한 테크 기업들이 배양육 상용화를 위해 경쟁 중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배양육 개발에 투자하는 이유는 간단한다.

동물권과 기후위기 등으로 촉발된 육식 소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육식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결국 배양육은 육식 문화의 대안이면서도 일부인 것이고, 이는 배양육 개발 기업들이 진짜 고기의 맛과 형태를 모방하는 데 지독히도 매달리는 이유다.

배양육이 동물의 ‘고통’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과연 이것이 현대인을 윤리적인 식생활로 이끄는지는 의문이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사냥 뒤 제 몸을 음식으로 내어준 동물에게 감사의 제례를 지내는 원시부족이 더 윤리적인 식생활을 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 역시 배양육을 통해 육식 문명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해결하길 바라면서도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배양육이 주는 변화에 대한 의심을 내비친다. 배양육이 인간의 도덕적 진화 가능성을 기술과 자본에 의탁한다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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