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를 열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담은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공포안을 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평가가) 국회가 수사·기소 분리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검찰의 별건수사 금지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검찰의 수사 대상 범죄를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한국 형사사법체계는 70여년 만에 대전환을 맞게 됐다. 그러나 숙의민주주의는 생략되고 ‘동물국회’ 양상이 재연되며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개정 검찰청법·형소법은 4개월 후부터 시행된다. 한국 검찰은 과거 수사개시·수사지휘·수사종결·영장청구권을 보유하고 기소권까지 독점하며 ‘무소불위’로 불렸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중대 국정과제로 추진해왔고, 그 결과 지난해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축소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며 기소독점주의도 깨졌다. ‘검수완박’ 입법에 따라 검찰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는 부패·경제 범죄 2가지로 더 줄었다. 향후 시행령을 통한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입법 취지에 반하는 수사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소권 역시 제한돼, 특정 사건 수사를 개시한 검사는 해당 사건 피의자를 기소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형사사법체계의 일대 변화를 가져올 입법이 민주당의 일방적 속도전으로 진행돼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사영역이 확대되며 비대해질 경찰 권력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다. ‘한국형 FBI’로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이 대안으로 거론되는데, 이를 논의할 사법개혁특위 구성에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중수청 문제는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또 개정 형소법은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고 종결할 경우, 직접적 피해자나 고소인이 아닌 ‘고발인’은 검찰에 이의신청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시민단체나 공익적 대리인의 도움을 받아온 경제·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 재개정을 통해서라도 신속한 보완이 절실하다.
여야는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극한 대결을 보였다. 민주당은 다수의석을 앞세워 ‘기획탈당’ ‘회기 쪼개기’ 같은 편법을 동원하고, 국회법이 규정한 숙의 절차를 무력화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 중재로 민주당·정의당과 합의한 안을 사흘 만에 폐기하는 등 협치를 내팽개쳤다. 본회의장은 고성과 욕설, 몸싸움과 삿대질로 아수라장이 됐다. 검찰과 국민의힘은 헌법소송을 제기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정치권 전체가 이성을 되찾고,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향의 논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숙의와 협치를 되살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