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인수위원장이 3일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정비전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로 정했고, 공직자 행동규범이 될 국정운영 원칙은 국익·실용·공정·상식의 4가지로 축약했다. 6대 국정목표와 20대 약속, 110대 국정과제에서 반복된 열쇳말은 ‘민간 주도’였다. 47일간의 인수위 활동을 결산하며 새 정부 국정 지향점을 ‘작은 정부와 큰 시장’으로 잡은 셈이다.
새 정부 국정기조는 친원전, 동맹외교,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치 세운다)로 달라진다. 원전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고, 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의 ‘탈원전 폐기·원전 최강국’ 공약이 투영된 것이다. 외교는 미국과의 ‘경제·안보 2+2 장관 회의’를 추진하고, 국방백서엔 다시 북한을 ‘적’으로 적시키로 했다. 비핵화·남북경협을 연계하는 구상은 이명박 정부 ‘비핵·개방·3000’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새 정부는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규제를 풀고,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와 종부세는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대기업집단의 동일인 친족 범위는 좁혀 주고, 근로시간 선택과 산재 안전관리는 노사 자율로 정하도록 했다. 규제 완화가 친기업·반노동으로 기울면 노사정의 긴장과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의 대선 ‘한 줄 공약’은 모두 용두사미가 됐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국정과제에서 빠졌고, ‘사드 추가 배치’는 다층방어망 보강으로 대체됐다.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은 단계적 인상으로 후퇴했고, ‘주식양도세 폐지’도 유예됐다. 1호 공약인 소상공인 손실보상은 1000만원 일괄 지급에서 차등 지급으로 바뀌었다. 대선 때 표를 얻기 위해 급히 쏟아낸 ‘표풀리즘’ 공약임을 자인한 셈이다.
인수위는 국정과제를 위해 5년간 209조원이 필요하고, 예산 구조조정과 세수 확대로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 해 40조원을 추가 확보하는 것은 국내외 경제위기 속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산과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은 국정과제는 장밋빛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길을 잃은 협치를 속히 복원해야 한다. 나아가 ‘책임 총리·장관’과 ‘대통령 집무실 탈청와대’로 국한시킨 정치개혁 방안은 보다 넓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