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산’의 광주 붕괴 아파트 재시공, 건설업계 반면교사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부실공사에 따른 붕괴사고로 노동자 6명이 사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2개 단지 8개동(847가구)을 전면 철거하고 다시 짓겠다고 4일 밝혔다. 아파트단지 공사 중 전면 철거와 재시공은 건설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건설사의 부실시공이 인명 피해와 막대한 추가 비용 등 얼마나 심각한 폐해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 현산의 결정이 부실공사, 산업재해가 만연한 건설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이날 사고 수습이 원활하지 못했음을 사과하고 “고객의 안전과 국민의 신뢰”를 강조하며 전면 철거와 재시공을 발표했다.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감, 사회적 충격 등을 감안하면 당연한 조치다. 현산의 결정은 기업 이미지 제고, 오는 9월쯤 나올 서울시 행정처분의 대비, 윤석열 새 정부의 ‘광주 민심 챙기기’라는 정치적 고려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산은 화정아이파크 사고에 앞서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로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법적 소송을 벌이며 영업활동을 계속해 비판받고 있다. 사고 수습과 신뢰 회복보다는 법적 절차를 이용해 여전히 이익만 챙기려 한다는 것이다. 현산이 철거·재시공에 들일 비용과 소요 시간은 유례가 없다보니 명확하지 않다. 다만 약 2000억원이 더 필요하고, 기간은 70개월로 추산된다. 불량 콘크리트 사용 등 시공부터 감리까지 총체적 부실공사, 안전불감에 따른 당연한 대가다.

건설업계는 부실시공과 산재 다발업종이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쓰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 현황’을 보면, 총 사망자 828명 중 건설업종에서 절반이 넘는 4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안전과 보건 의무를 강조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건설현장의 재해는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에만 건설사고 사망자가 55명이다.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수익을 먼저 챙기려는 하도급, 안전불감증 등 업계의 고질적 관행 때문이다. 건설업계도 이번 현산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당국도 더욱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는 노력에 역행하는 일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새 정부는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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