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날 100년, 한국 아동 인권의 현주소 돌아봐야

소파 방정환 선생이 제정한 ‘어린이날’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아이도 어른처럼 독립된 사회 구성원이자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뜻에서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그는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이라며 “낡은 사람은 새 사람을 위하고 떠받쳐서만 밝은 데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소파가 오늘 우리 사회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세계 10위 경제대국 어린이들은 행복하지 못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동·청소년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단골 꼴찌다. 지난해에도 22개 회원국 가운데 22위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린이의 고립감과 우울감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동학대는 2016년 1만8700건에서 2020년 3만905건으로 65% 증가했다. 만 1세 미만 영아 77명을 포함해 201명에 달하는 어린이가 이 기간 목숨을 잃었다.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이 부모였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취급하는 그릇된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동 성착취물 유포 등 범죄도 증가세다.

팽배한 능력주의와 경쟁사회 그늘 속에 아동은 서툴다는 이유로 어른에게 배제당한다. 영업권을 내세운 가게들이 아동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을 표방하며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잼민이’ ‘급식충’ 같은 혐오표현이나 ‘주린이’(주식 초보자)·‘등린이’(등산 초보자)처럼 미숙함을 어린이에 빗댄 차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각박한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차별과 배제를 가르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아동정책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동수당이 보편화했고, 민법상 부모의 자녀 체벌권도 폐지됐다. 하지만 변화 속도가 더디다. 아동 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미흡해서다. 어린이들을 환대하고 존중하는 사회만이 미래의 포용과 통합을 꿈꿀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1991년 정부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맞춰 아동의 기본권 이행을 보장할 수 있는 ‘아동기본법’을 제정해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 ‘출생통보제’를 조속히 도입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상태에서 학대받고 학교나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아동이 없도록 보호망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 어린이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기본권을 온전히 누려야 할 존엄한 개인이자 사회 구성원이다. 첫 어린이날 기념 표어 ‘희망을 살리자, 내일을 살리자’의 취지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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