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닉네임 금칙어
고객 닉네임 호명 서비스
비정규직 철폐·게이 등
특정 단어 사용등록 제한
스벅 “다른 목적 지양 차원”
금칙어 규정 있는 것 자체가
혐오·차별 인식 반영 지적도
스타벅스에는 ‘콜 마이 네임’이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고객이 닉네임을 정해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해놓으면 앱으로 주문(사이렌 오더)했을 때 매장에서 직원이 닉네임을 부르며 음료를 줍니다. 그런데 이 닉네임에도 스타벅스가 정한 ‘금칙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기자가 지난 3일 스타벅스 앱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닉네임으로 입력해봤습니다. “사용하실 수 없는 닉네임”이라고 뜹니다. ‘비정규직 철폐’는 어떨까요? 이것도 사용할 수 없다고 나옵니다. ‘스타벅스노조’ ‘스벅노동조합’도 등록 불가였습니다.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도 닉네임으로 등록할 수 없다고 나왔습니다.
왜 특정 단어들은 닉네임으로 등록할 수 없는지 찾아봤습니다. 스타벅스 앱은 닉네임 사용 제한의 사유로 4가지를 규정합니다.
①미풍양속 및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표현 ②욕설·음란성·혐오성 단어나 비속어를 사용하여 타인을 직접적으로 비방하는 표현 ③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는 표현 ④기타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표현입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레즈비언·게이’ 같은 단어들이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는 것인지 바로 알기가 어렵습니다.
스타벅스에 구체적으로 물었더니 스타벅스는 아래와 같은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닉네임은 친근하고 편안한 소통을 위한 고객과 파트너 간의 호칭 문화로, 매장 내 호칭 외에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문의 주신 호칭들(최저임금 인상·비정규직 철폐·레즈비언·게이·트랜스젠더)은 본인 닉네임으로 활용하기에 본래 의도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돼 사용 제한으로 적용됐을 뿐, 어떤 목적이나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 ‘다른 목적’이라 함은 사회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면서 스타벅스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 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는 표현에 대해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닉네임으로 등록되지 않지만 ‘최저임금 인하’ ‘최저임금 동결’ ‘최저시급 인상’은 등록이 됩니다. ‘스타벅스노조’와 ‘스벅노동조합’은 등록할 수 없지만, ‘스벅노조 응원’은 등록 가능합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스타벅스가 의도적으로 특정 단어를 금칙어로 설정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오 실장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적) 단어를 막아놓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스타벅스가 특정 단어를 등록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혐오와 차별적 인식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욕설이나 인격모독, 비하적 단어는 닉네임으로 등록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최저임금 인상’이나 ‘레즈비언’과 같은 단어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의 금칙어 선정, 독자분들은 동의하시나요? 스타벅스는 “닉네임과 관련해 파트너나 고객의 다양한 의견과 불편 사항도 지속 반영해 나가고 있다”며 “보다 균형 잡는 운영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