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통상적인 0.25%포인트가 아니라 ‘빅스텝’으로 불리는 0.5%포인트 인상은 22년 만의 최대 인상폭이다. 6월부터는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에도 착수한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치솟고 있는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국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6일 예정된 가운데 어느 때보다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금리 인상의 불가피성이 높아진 만큼, 인상할 경우 금융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등 후유증을 최소화할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을 발표하며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향후 두세 번 더 0.5%포인트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 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을 예고한 것이다. 미국은 3월 소비자물가가 급등해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 연준의 물가안정 의지는 국채·주택저당증권 매각을 통한 본격적 양적긴축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제 금통위의 대응이 중요해졌다. 미 금리 인상으로 한국(1.5%)과 미국(0.75~1.0%)의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져 금리 역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빅스텝’ 두 번이면 역전된다. 금리 역전은 달러 강세, 국내의 해외 투자금 유출, 환율·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4.8%나 급등해 13년6개월 만의 최고치였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9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심상치 않다. 금리 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시중금리를 올려 저소득·저신용 계층,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2030세대 등 금융 취약계층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높인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 대출자들은 연소득의 약 3분의 2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조사도 있다. 실질임금·소득 감소를 의미하는 물가 급등 속에 금리까지 오르면 취약계층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선별적 채무 구조조정’ 등 충격 완화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