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첩조작’ 징계받은 검사에게 ‘공직기강’ 맡기다니

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장제원 비서실장이 5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장제원 비서실장이 5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일 대통령실 비서관급 1차 인선 명단 19명을 발표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될 비서실장 직속 비서관 7명 중 3명이 윤 당선인과 가까운 검찰 출신으로 채워졌다. 특히 검찰사 최대 오점 중 하나인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이시원 전 부장검사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내정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비서관 내정자는 2012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있으면서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 수사를 맡았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법원에 낸 유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이 위조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유씨는 무죄가 확정되고 이 내정자를 비롯한 검사들은 수사 대상이 됐다. 검찰은 이 내정자가 직접 증거를 조작하거나, 조작 사실을 인지하지는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증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 내정자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된 윤 당선인과 대구고검에서 함께 근무하며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그는 국정원이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조작한 범죄를 사실상 방조하거나 묵인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이런 인사에게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엄중한 책임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공정’과 ‘상식’에 맞는 일인가.

대통령실 살림을 책임질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된 윤재순씨는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을 지냈다. 대통령 법률자문을 담당할 법률비서관에 내정된 주진우 전 부장검사는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바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인사검증을 맡았다.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청와대 내 ‘문고리 권력’ 논란이 일고 ‘검찰공화국’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인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면서도 아랑곳없이 측근을 쓰겠다는 윤 당선인의 인식이 우려스럽다.

윤 당선인은 또 정책조정기획관실을 신설하고, 책임자인 정책조정기획관에 장성민 당선인 정무특보를 임명했다. ‘대통령실 슬림화’를 내세우던 윤 당선인이 정책조정기획관실을 별도로 만든 것은 측근인 장 특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위인설관’이라는 의심이 든다. 윤 당선인 측은 정책조정기획관실이 중단기 정책과제를 조정·관리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기존 정책실은 왜 없애겠다는 건가.

인선 발표 때마다 반복되는 ‘다양성 실종’은 더 지적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이날 내정된 19명 중 여성은 2명뿐이고, 30대 이하 청년은 전무하다. 윤 당선인은 오는 8일 비서관급 인선 결과를 추가로 발표한다. 남은 인선에서는 반드시 여성·청년들이 호명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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