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석 더불어민주당과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로 한 후반기 국회 원구성을 재검토할 뜻을 비치고,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개편 때 논의할 ‘여성가족부 폐지’ 법안을 6·1 지방선거 앞에 빼들었다. 민주당이 한덕수 총리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자 국민의힘은 “인준 부결 시 총리 없이 가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경제부총리로 하여금 총리직을 대행시킨다는 것이다. 원구성과 조각, 정부조직 개편이 뒤엉키면서 치킨게임을 하는 형국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후반기 원구성 협상은 원점에서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여야 합의를 파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당시 합의안은 국회 상임위원장을 여야가 11 대 7로 나누고, 6월부터 시작될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국정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이나, 그 말은 1년 전 국민의힘도 했다. 여당일 땐 거부해놓고 이제 야당이 돼 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합의안을 파기한 걸 원구성 합의를 깨는 명분으로 삼는 것도 정도가 아니다. 네가 합의를 깼으니 나도 깨겠다고 하면 국회가 굴러가겠는가. 민주당은 사법개혁특위에서 설치할 중대범죄수사청을 국민의힘 법사위원장이 막아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의 맹점을 보완하고, 경찰 비대화를 막는 것은 윤석열 정부도 해야 할 일이다. 민주당은 원구성 약속을 지키고, 국민의힘은 사개특위에 참여해 책임있게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 나아가 여야는 ‘상원 법사위’를 체계·자구 심사 중심으로 개혁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부터 엄수해야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여가부를 폐지하고 ‘인구가족부’를 신설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조직법 개편에 앞서 원포인트 개정안을 낸 것이다. 인수위가 국정과제에서 여가부 폐지를 빼고 2030 남성 지지층의 반발이 일자 여론무마용 입법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민주당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고 했듯이, 정부조직 개편은 지방선거 뒤로 늦추고 여가부 폐지법만 먼저 내민 것은 ‘선거용 입법 쇼’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협치가 절실한 5월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여도 야도 가볼 때까지 가보자는 결기만 보인다. 이렇게 불신이 쌓이면, 거야의 입법과 대통령의 거부권이 충돌해 국회와 정치가 멈춰서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그 피해자는 시민일 수밖에 없다. 여야는 숙의·타협과 합의를 존중하는 자세로 정권이양기 산적한 민생·국정 과제를 풀어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