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인천 계양을’ 출마를 보는 시선

박홍두 기자

‘지방선거 승기 견인’ 기대

‘명분·실리 없는 도전’ 비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6일 지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지역에 전략공천했다. 이 전 지사가 대선 닷새 전인 3월4일 경기 남양주 평내호평역광장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6일 지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지역에 전략공천했다. 이 전 지사가 대선 닷새 전인 3월4일 경기 남양주 평내호평역광장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당권 장악 시나리오 첫 단추 분석
‘각종 수사 방패용’ 정치적 고려도
대선 연장전 부각 땐 선거 악영향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3·9 대선 패배 이후 두 달 만에 정치 일선에 전격 복귀하게 됐다. 지방선거에서 이 전 지사 역할론을 요구하는 당내 요구가 분출하자 이례적으로 ‘빠른 복귀’를 결단한 것이다. 이 전 지사 등판을 놓고 당 안팎에서 ‘지방선거 견인효과’를 기대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 전 지사를 겨누는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 출마’라는 비판과 ‘연고도, 명분도, 실리도 없는 도전’이라는 쓴소리도 비등하고 있다.

이 전 지사 복귀는 최근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계양을 출마론’이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달라진 정치환경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판세의 미묘한 변화가 이 전 지사 등판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호남을 제외하고 ‘전패’ 위기감이 컸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내각 후보자 인사청문 정국 등 잇따른 실정이 부각되면서 수도권 판세가 박빙으로 흐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선거판을 움직일 수 있는 인사가 절실했고 이는 이 전 지사 차출론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원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의원들에게 직접 이 전 지사 차출 의견을 물었고, 일부 의원들은 이재명 역할론을 공개 요구하며 호응했다.

이 전 지사를 둘러싼 검경 수사 상황도 그의 등판을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성남FC 사건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과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불법유용 의혹 사건 수사 등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이 전 지사 측 위기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당초 ‘직접 출마’보다 ‘전국 지원 유세’를 생각했으나 이달 초쯤부터 기류 변화가 감지된 건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도 검토했다가 인천 계양을을 최종 선택한 점에서는 정치적 고려가 엿보인다. 지난 대선 결과처럼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대장동이 있는 지역구라는 점이 우려됐다는 것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분당갑에 나온다는데 굳이 거기 나가서 대선 연장전으로 판을 키우는 것보다 계양을에서 당선을 노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친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지방선거 출마가 원내 입성 뒤 ‘8월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라는 당권 장악 시나리오 구상의 첫 단계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이 전 지사의 이른 복귀를 두고 비판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대선 패배 후 두 달도 안 되어서 나온 데다 연고도 없는 계양을 출마를 좋게 봐줄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계양을은 다른 보선 지역보다 당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 지사 조기 등판과 관련해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전신) 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전 의원이 대선 패배 이후 넉 달 만에 총선에 출마했다가 정몽준 전 의원에게 패한 경험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계양을도 녹록한 곳은 아니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방탄용 출마’라는 비판은 민주당으로선 아픈 대목이다. 이 전 지사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방어하기 위해 불체포 특권을 노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 전 지사가 뛰어들 경우 지방선거가 대선 연장전으로 부각되면서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한 중진 의원은 “대선 패배에 제대로 된 반성이나 평가도 하지 않았는데 다시 3·9 대선을 재현한다면 대선보다 나은 결과가 나올까”라고 걱정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남 사수가 정치적 고향을 지키는 ‘이재명의 명분’이라면, 계양 차출은 지방선거 승리로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는 ‘민주당의 명분’이라고 결론 내렸다”며 “열세를 뒤집기 위해선 이 전 지사가 성남에 고립되기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선거를 지원할 수 있는 인천 계양에 출마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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