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최은경의 속담 건강학

⑦과식·과음 즐기는 사이 몰래 찾아오는 ‘죽상동맥경화증’

입력 2022.05.06 22:12

최은경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대장항문외과 교수

‘신선 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

[최은경의 속담 건강학]⑦과식·과음 즐기는 사이 몰래 찾아오는 ‘죽상동맥경화증’

이 속담은 ‘옛날에 한 나무꾼이 도끼를 메고 깊은 산속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신선들이 바둑 두는 것을 보고 재미가 있어서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제정신이 들어 옆에 놓았던 도끼를 들었더니 세월이 흘러 도낏자루는 썩어 버리고, 녹슨 도끼날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아주 재미있는 일에 정신이 팔려 해야 할 일을 잊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우를 이르는 이 속담처럼, 육체적인 즐거움과 편안함에 정신이 팔려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건강이 안 좋아져서, 건강이 도낏자루 썩는 것처럼 사라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죽상동맥경화증은 오래된 수도관이 녹이 슬고 이물질이 쌓이게 되는 것처럼, 혈관의 가장 안쪽 막인 내막에 콜레스테롤이나 염증 세포가 쌓이고, 혈관이 딱딱하게 경직되고, 점점 좁아지게 되는 병입니다. 계속 진행되면 혈액순환의 장애가 생기며, 심각한 경우에는 그 혈관을 통해 혈액을 공급받는 조직이나 장기에 손상을 받게 됩니다.

혈액을 심장에 공급하는 관상동맥(심장 혈관), 뇌에 공급하는 뇌동맥과 경동맥(목의 혈관), 콩팥에 공급하는 신동맥 등에 죽상동맥경화증이 심각한 상태까지 진행하게 되면 협심증, 심근경색(심장마비), 뇌경색, 신부전이 생기게 됩니다.

죽상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는 콜레스테롤 이상, 고혈압, 당뇨, 흡연, 운동 부족, 과체중, 복부 비만과 같은 것입니다. 기름진 음식을 즐겨먹고, 과식하고, 과음하며,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복부 비만이 생기면 혈액 안에 기름기(콜레스테롤)가 많아지면서 혈관벽에 쌓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