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일부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윤 당선인은 정 후보자와 원희룡(국토교통부)·이상민(행정안전부)·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박진(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의 보고서를 9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했다. 윤 당선인이 이들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는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초대 내각 진용을 제대로 꾸리지 못한 채 ‘반쪽 출범’을 앞둔 윤 당선인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첫출발부터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까지 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는 추경호(기획재정부)·이정식(고용노동부)·이종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화진(환경부) 후보자 등 4명뿐이다. 새 정부에서 장관 임명을 제청해야 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조차 전관예우 의혹에 휘말리며 임명동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새 정부가 순조롭게 출범하지 못하게 된 데는 청문회 일정을 지연시킨 더불어민주당 책임도 있지만, 기초적 검증조차 부실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자료 제출을 기피한 후보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 무엇보다 ‘아빠 찬스’ 등 갖가지 의혹을 받고 있는 정 후보자가 버티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 후보자보다 늦게 지명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한 바 있다.
지난 3일 청문회에 선 정 후보자는 두 자녀의 의대 편입 특혜 의혹,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등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도 않았다. 추가 제출한 편입 관련 자료에서도 새 의혹이 제기되며 청문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조차 지명 철회를 윤 당선인에게 건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형국이다. 코리아리서치가 지난 4~5일 MBC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정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56.6%로 ‘적절하다’(24.7%)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윤 당선인은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정 후보자에 대해 당장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 과정에서 외쳐온 ‘공정’과 ‘상식’이라는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여야가 한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 등을 두고 ‘강 대 강’ 대치를 계속하는 터다.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 지명 철회를 통해 협치의 돌파구를 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