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까지” 꽁꽁 싸맨 여성 인권, 20년전 규정 되살린 탈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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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시내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이 아이를 안고 조류시장을 걷고 있다. 탈레반은 모든 아프간 여성들에게 공공장소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AP연합뉴스

“발끝까지” 꽁꽁 싸맨 여성 인권, 20년전 규정 되살린 탈레반

입력 2022.05.10 14:27

수정 2022.05.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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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가 결국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의 얼굴을 포함한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다. 20년 전 집권기의 여성 인권 탄압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7일(현지시간) 아프간 권선징악부가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히비툴라 아쿤드자다 명의로 여성들의 복장과 관련된 포고령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부르카는 눈 부위만 주로 망사로 뚫려 있고 그 외 얼굴을 포함한 전신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이다.

셰이크 모함마드 할리드 아프간 권선징악부 장관은 부르카 착용은 가까운 친척이 아닌 남성을 만날 때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며 여성들은 중요한 일이 없다면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성들이 복장 규정을 위반하면 이들의 남성 친척들이 투옥되거나 공직에서 해고되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5월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시내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이 아이를 안고 조류시장을 걷고 있다. 탈레반은 모든 아프간 여성들에게 공공장소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AP연합뉴스

5월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시내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이 아이를 안고 조류시장을 걷고 있다. 탈레반은 모든 아프간 여성들에게 공공장소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AP연합뉴스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장악한 후 여성들의 복장에 관해 전국적인 포고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레반은 정권을 탈환하면서 과거 집권기(1996~2001년) 때 여성 탄압이 재현될 것이라는 국제 사회의 우려를 의식한 듯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하지만 부르카 착용 의무화는 이와는 반대되는 조치다.

탈레반 정부는 여성 인권 관련 약속을 차례로 뒤집었다. 앞서 여중·고생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던 교육부는 지난 3월 새 학기 첫날에 복장 규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핑계로 이들의 등교 일정을 취소시켰다. 권선징악부는 남성 보호자 없이 여성 혼자서 장거리 여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여성 연기자들의 TV 드라마 출연을 금지했다. 여성이 공개된 장소에서 신체를 드러내면 안 된다는 이유로 일부 지역 여성들은 공중목욕탕까지 사용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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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카 착용 의무화 역시 탈레반이 어긴 약속 중 하나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재집권한 후 “히잡(머리와 목을 가리는 두건)을 쓴다면 여성들은 계속 일하고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하일 샤힐 탈레반 대변인도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에게 부르카 대신 히잡을 쓰게 할 것이라며 “(아프간) 여성이 히잡을 쓴다면 영국에서 누리는 것과 같은 권리를 가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히잡은 여성들의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 쓰는 두건의 일종이다.

국제사회는 아프간이 여성 인권 탄압이 만연하던 20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NPR에 따르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헤더 바 아프간 선임연구원은 “탈레반은 여성들에게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자치권까지 박탈하려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탈레반에 압력을 가하는 데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아프가니스탄지원단(UNAMA)도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직장, 교육,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할 것이라고 여러 번 약속했지만 이번 포고령은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던 약속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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