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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두 승부

입력 2022.05.11 03:00

수정 2022.05.1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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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을 때까지 나타나지 마라. 비우고 더 채워라. 역사가 부르는 곳에서 시작해라.

오래전부터 정가에서, 때로 논객들이 대선 패장에게 권하는 금칙(禁飭)들이다. 일수무퇴일 첫 착점을 섣불리 작게 사사롭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2009년 탈당까지 해 전주 선거에 나섰다가 대선 꿈을 잃어버린 정동영과 1992년 정계은퇴 후 외유-아태재단 이사장-지방선거로 집권 디딤돌을 쌓은 DJ 사례가 곧잘 비교된다. 몇 달 만에 당대표로 복귀한 이회창·홍준표가 있었고, 4년간 ‘비주류 대주주’로 살다 비대위원장으로 부활한 박근혜가 있었다. 사람 따라 제각각인 이 논쟁은 이재명의 정치 복귀에서도 예외 없이 불거졌다. “지방선거를 끌어달라”는 지지자의 열망과 당의 호출이 있었지만, 대선 두 달 만의 빠른 컴백은 뜻밖이었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논설위원

그도 알고 있었다. 그제 인천 계양산에서 지지자들을 만난 이재명은 “(대선 후) 현관문을 나와본 게 네번째”라고 말문을 열었다. “제가 죄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읽은 국회의원 보궐선거(계양을) 출마선언문도 “제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저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시작했다. 번뇌했고, 지원 유세를 넘어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과 보선 출마로 직접 링에 오르기로 한 결심이 며칠 되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그러곤 이내 맘먹으면 좌고우면 없이 직진하던 그로 돌아왔다. “선공후사 책임정치”라 했고,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했고, “상대가 원치 않는 때·장소·방법으로 싸우겠다”고 했다. 방탄용이네, 험지 아니네…. 뒷말 많은 무연고지 출마를 그는 당세가 좀 더 센 곳에서 전국선거를 뛰려는 선택이었다 했고, 그 목표가 ‘경기도 사수’만이 아님도 분명히 했다. 청중은 환호했고 “과반?” “어떻게?”를 물은 출정사였다.

출마와 승부에 눈이 쏠렸지만, 출정사엔 또 다른 ‘이재명의 목소리’가 있었다. 정책이다. 그는 정치 복귀 두번째 이유로 “입법과 국정감시를 통해 민생실용정치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말잔치·헛공약과 대결·증오만 있는 국회를 바꾸고, 여야가 잘하기 경쟁을 하며, 합리적이고 강한 민주당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삶을 바꾸는 생활정치와 정책 입법을 거야(巨野)의 새 승부수로 삼겠다고 예고한 총괄선대위원장 수락이었다.

칩거한 3~5월, 이재명은 ‘윤석열의 봄’을 봤다. 나흘 전 그 총평이 될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률은 41%가 찍혔다. 역대 최저였다. 평가가 박한 이유로는 ‘용산 집무실 이전, 인사, 공약 실천 미흡, 독단적·일방적’이 1~4위로 꼽혔다. 끄덕이는 사람도 많을 게다. “소통하려고 청와대를 나온다”는 이가 여론수렴 한번 없이 광화문 공약을 용산으로 급변침한 것부터 모순이고 불통이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은 7500개 안팎이다. 그 시작인 인수위·대통령실·차관 인사는 ‘서·오·남’(서울대·50대·남자)으로 기울고, 60.6세 늙은 내각엔 총리·장관 될지 모르고 살아온 이들의 의혹이 적나라하게 쌓였다. 장차관과 대통령실 실장·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84명 중 여성은 6명에 그쳤고, 2030은 한 명도 없었다. 윤 대통령과 직연(職緣) 있는 검찰 출신 7명이 법무장관과 대통령실 총무·인사·법률·공직기강·부속실 중책을 맡고, 간첩조작에 관여해 징계받은 검사도 발탁됐다. 어어어 하다 화가 돋고, 대통령이 되뇐 통합·상식·공정은 형해화된 인사였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도 ‘딱 잡히는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현금살포는 늘리고 감세하며 재정건전성은 어떻게 높이겠다는 건지, 대통령 취임사의 숱한 지구촌 얘기 속에 기후위기는 왜 빠졌는지…. 인수위는 여가부 폐지 문제나 부동산·임대차 대책은 아예 지방선거 뒤로 미뤘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후보를 돕는 지방행차를 이어갔다. 지지율 41%엔 윤 대통령 집권 두 달과 야당이 파고들 틈이 축약돼 있다. 자업자득이다.

안철수까지 분당갑 보선에 가세한 지방선거는 ‘윤석열·안철수 대 이재명·김동연’의 재판이 됐다. 역대로, 대선 후 첫 전국선거엔 집권 프리미엄이 있었다. 이재명이 말하는 과반은 이뤄질까. 그가 대선 때 이긴 7곳(경기·인천·세종·제주·광주·전남·전북)을 지키고 중원(대전·충남·충북·강원)에서 2곳을 더해야 한다. 녹록지 않고, 당장은 수도권 2승이 ‘선전’을 가르는 첫 잣대가 될 판이다. ‘몇 대 몇’일까. 새 여당과 거야는 ‘정책 잘하기’ 경쟁을 할까. 그 변곡점이 될 지방선거 뚜껑이 20일 뒤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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