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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이분법 넘어 공론의 장 열어야

입력 2022.05.16 03:00

수정 2022.05.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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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2022 국제성소수자 혐오반대의날(IDAHOBIT) 공동행동’ 집회가 열렸다. 해당 집회의 주요 구호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였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을 국회 앞에서 이어가고 있으며, 미류 활동가와 이종걸 활동가의 단식 일수는 34일차를 넘어섰다. 차별금지법을 향한 이 같은 요구는 최근의 일이 아닌, 15년째 이어온 말 그대로의 숙원이다. 이번 국회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지만, 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개최라는 출발점에도 들어서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15년 동안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하는가’라는 구도로 해당 사안을 묶어온 언론은 지난 14일 집회에 대해서는 헌법이 부여한 집회 및 시위의 권리를 논쟁 사항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으로 틀지웠다. 몇몇 보수 계열 언론은 이 집회가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서 열린다는 이유로 안전이나 시민 불편과 같은 고전적 틀을 통해 시위의 폐해를 논의하는 방식으로 의제를 설정했다. 15년간 진행된 법의 의미와 필요성, 이후 단계 등을 설명하기보다는 찬성·반대의 세력 경쟁이나 시민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일방적 비난이라는 오래된 논의 구도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하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우리 언론이 다층적으로 다루지 못한 주제이다. 언제나 ‘시기상조’라는 말로 미루어진 차별금지법은,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온다는 사실 그 자체로 이 법의 필요성을 증명해왔다. ‘현재’ 어떤 사람에 대한 차별이 가능하거나 혹은 괜찮아야 하는데 이를 법을 제정하여 ‘앞으로는’ 못하게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바로 ‘시기상조’라는 말에 담겨 있다. 법이 사회 정의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본래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에 사회적 정의를 위해서라면 언제나 제정되기에 적기였던 법이 차별금지법이기도 하다. 즉 사회적 합의를 선차적으로 요구할 것이 아니라, 법이 정의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기준을 설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경우인 것이다. 게다가 이미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었다는 신호를 여러 사례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가깝게는 지난 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민 10명 중 7명이 법 제정에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법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언론은 이제 이 문제를 알리고 공론의 장을 여는 틀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비보도 혹은 소극적 의제화로 이 주제에 접근하는 것도 문제인데, 심지어 차별금지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시위와 시민의 불편이라는 이분법에 가두는 낡은 보도 방식이 반복되었다.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를 찾고 시민들이 숙고할 수 있도록 정보와 관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의 책무에 비추어본다면 너무나 뒤처진 대응이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우리 사회의 산적한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래서 법 제정 이후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혹자는 차별금지법이라는 마술 지팡이가 있다고 믿고 매달리는 모양새라면서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차별금지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 법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의 차별이 무엇이고 어떤 것이 문제인지를 드러낼 수 있으려면 이 법이 필요해서 요구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을 통해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 어떤 대안적 세계들이 열릴지에 대해 논의할 공론의 장을 언론이 열어줄 필요가 있다. 이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전달하고, 국회의 책임을 환기하며, 법 제정 이후를 어떻게 대비할지를 분석하는 논의들을 쌓아나감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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