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들이 2020년 1월16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대문구의 ‘퀴어여성체육대회’ 대관 취소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접수했다./이상훈 선임기자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공공시설 이용을 제한한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 행위여서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서부지법 제2-1 민사부(재판장 박성규)는 지난 13일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퀴어여성네트워크’ 활동가들이 서울 동대문구청과 동대문구 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2017년 10월21일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를 열기 위해 같은 해 9월19일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동대문체육관 대관을 허가받았다. 하지만 공단은 9월26일 체육관 천장 공사를 이유로 돌연 대관을 취소해 단체는 체육대회를 열지 못했다. 동대문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전날 단체에 전화해 “저희쪽으로 자꾸 전화가 오는 것 같다”, “혹시 다른 장소는 섭외가 안 되나” 등의 발언을 했다.
퀴어여성네트워크·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인권단체는 2020년 1월 “성소수자가 참여하는 행사라는 이유로 체육관 대관을 불허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동대문구와 동대문구 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대관 허가 취소는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로 평등의 원칙(헌법 제11조 제1항)에 반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원고 단체에 500만원, 활동가 4명 등에게 100만원씩, 모두 9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의 침해도 민법 제750조(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의 일반규정을 통해 사법상 보호되는 인격적 법익침해의 형태로 구체화돼 논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관 취소는 원고 단체뿐 아니라 체육대회 개최를 준비한 이들과 예상 참가자들에 대한 차별이기도 하다고 봤다.
퀴어여성네트워크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이날 논평을 내고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광장 불허를 비롯해 지자체 등에서 성소수자 차별이 이어지는 것에도 재발 방지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며 “더 이상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공공시설에서의 위법한 차별이 이뤄지지 않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하고, 모든 차별을 예방하고 해소할 기본법으로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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