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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랗게 질린 증시…‘실적’을 추앙하라

입력 2022.05.17 22:26

수정 2022.05.17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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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불안과 초조함으로 어쩔 줄 모르는 분들이 늘고 있다. 작년 이맘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경제 환경 변화는 소음에 불과하고,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과 같은 미래에 투자하면 된다는 성장주 쏠림도 가상자산 시장의 붕괴와 함께 조용해졌다. ‘한국은 답이 없어, 미국 성장주가 답이야’라고 외치던 서학개미들의 함성도 잠잠하다. 구조적 대세 상승장이라 합창하던 이들은 이제 구조적 대세 하락장을 입 모아 외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하고, 기입이익은 무너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를 훼손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시장은 그의 안이함을 지적한다. 위중한 병세에 비해 처방이 너무 약하다고들 한다. 설령 원자재 가격이 진정된다 해도, 한 번 올라간 인건비가 쉽게 잡히겠냐는 것이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그런 우려를 더 키운다. 3월보다 내려왔지만 예상치보다 높았고, 특히 근원 CPI는 전월보다 0.6% 상승해서 전월 대비로도, 예상치로 보더라도 높았다. 인플레이션 정점 논란이 더 이어지겠지만, 약을 써도 통제가 안 되는 병은 아니다. 병을 키운 공급망 교란에도 기업과 가계가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이미 고점을 치고 하락하는 중이다. 남은 건 실적이다. 모두가 공급망 교란과 경기 침체 때문에 부진해질 기업실적을 궁금해한다. 물론 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긍정적이다. 2022년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68조3000억원으로 2021년보다 10.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1년에도 2020년 대비 67.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추가적인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2023년에도 13.0% 성장을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 갱신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주가는 왜 이 자리에 있을까? 주지하다시피 주가는 미래를 반영해 나가고 이익은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익의 흐름과 긍정적인 이익 컨센서스에 내재된 가정들을 따져봐야 이익 컨센서스를 판단할 수 있다. 컨센서스상 2022년에도 코스피 영업이익은 증가할 거라 하지만, 과연 그 정도 숫자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의구심이 커져만 간다. 경제 상황이 바뀌면 이익 컨센서스도 바뀔 수밖에 없다. 2022년 코스피 영업이익률은 1분기 8.5%, 2분기 8.2%, 3분기 9.0%, 4분기 8.3%로 예상되고 있다. 3분기 반도체의 계절적 성수기와 더불어 인플레이션 완화, 공급망 회복에 따른 이익률 개선을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물가가 다소 잡힌다면, 실적 컨센서스가 전제하고 있는 가정들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공급망 회복은 중국의 록다운으로 지연되고 있고, 비용 우려를 자아낸 인플레이션은 올 2분기 정점은 지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 안정화될 수 있을지가 우려 요인이다. 1분기 호실적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를 살펴봐도 3월부터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4월은 더 악화되었다. 무역수지가 적자인데, 기업들의 마진이 늘어날 수 있을까?

의구심이 크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이럴 때가 기회였다. 좋아질 것들에 대한 가정이 흔들리고,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될 때이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다가설 때, 불안은 최고조에 달하지만 길게 보면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한국 수출 대기업의 주주가 될 최적의 시기였다. 공급망 이슈가 조금만 완화되면, 반도체는 더 많이 필요하고, 자동차는 이연 수요로 호황이 뒤따를 것이다.숲(매크로)이 아닌 수출 대형주(나무)를 보고, 비포장 도로를 건너가자. 당분간 변동성 장세는 더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대표 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거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매일 매크로 이슈에 시달리다 보면 깨닫기 힘들지만, 결국 주가는 기업 실적의 함수이다. 수출 대형주에 대한 기대 수준은 높지 않다. 얽힌 실타래가 조금만 풀려도 기대 이상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추앙’이라는 한마디로 상징된다. 채워지기 위해 ‘추앙하라’. 미묘하게 어색한 이 단어를 실행한다면 우리는 채워질까? 투자자는 무엇을 추앙해야 할까? 남은 건 하나밖에 없다. 대외환경보다 기업의 마지막 버팀목인 실적을 추앙하자. 그래야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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