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내각의 ‘남성 편중’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공직사회에서, 예를 들어 내각의 장관이라고 하면, 그 직전의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장관으로 기용할 만한 ‘스펙’을 갖춘 여성이 부족하다는 시각이다. 여성 장관 부족을 사실상 여성 책임으로 돌리며, 성차별 개선 의지가 부족함을 국제사회에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 첫 내각을 보면,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19명 중 여성은 3명뿐이다. 윤 대통령 답변대로라면 ‘그 직전 위치’인 차관급에라도 가능한 한 많은 여성을 발탁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선된 차관급 41명 중 여성은 장관보다도 적은 2명에 그쳤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세웠고, 일부 남성의 안티 페미니즘 정서를 자극해 ‘성별 갈라치기’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해외 언론에선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소속 기자가 ‘남성 편중’ 관련 질문을 한 워싱턴포스트는 ‘젠더 불평등에 대한 압박성 질문에 한국 대통령이 불편함을 보였다’는 기사를 싣고 여가부 폐지 공약과 내각의 남성 편중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여성에게 공정한 기회가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게 오래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22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한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 더 노력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군색하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라도 현실을 인정하고, 성평등 구현과 다양성 확보를 위해 균형인사 등의 정책을 펴야 한다. 여가부 폐지 공약을 폐기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