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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처럼 빛나는 애들아

입력 2022.05.23 03:00

수정 2022.05.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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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 진성중학교 아이들아! 지난 5월20일, 두 시간 남짓 너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지. 2~3학년 모두 합쳐 전교생이 아홉 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였지만, 둘레에 산과 들이 있어 참으로 편안하게 보였단다. 자연이 살아 있는 이곳에서 너희들 얼굴에 아침 햇살과 같은 빛나는 기운이 번졌으면 좋겠어. 너희들이 행복해야만 어른들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서정홍 농부 시인

서정홍 농부 시인

오늘은 강연 시간에 못다 한 날씨와 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 한단다. 너희들이 사는 진안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걱정이 많더구나. 내가 사는 합천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산밭에 심어둔 마늘과 양파가 배짝배짝 다 말라죽어 가고 있어. 그래서 유월 초순 무렵에 뽑아야 할 마늘을 요즘 뽑고 있어. 얼마나 땅이 말랐으면 풀도 잘 자라지 않아. 이 모두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탓이래. 어쩌면 좋을까? 옛날처럼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까? 도시 사람들은 이런 애달픈 농부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을 거야. 알고 있다 해도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워낙 힘들고 바빠서 걱정할 겨를이 없을 거야.

슬기로운 이웃집 할머니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살겠다고 자연한테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해서 이런 가뭄이 온다고 해. 그래서 가장 먼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몽땅 걷어내어, 흙을 숨 쉬게 해야 한대. 그런데 가는 곳마다 수천년 동안 우리를 먹여 살려온 논과 밭을 없애고, 마을을 지켜온 산을 깎아 자동차 도로를 넓히느라 난리법석을 떨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야.

하늘에서 만물을 살리는 비가 내려도, 그 비를 맞이할 흙이 줄어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흙 위에 열을 뿜어대는 아스팔트를 깔아대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가뭄과 폭염은? 식량위기로 가격 폭등은?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어쩐지 화가 났어. 경제대국이니 어쩌니 하면서 농촌을 마치 관광지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농촌은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들의 목숨을 살려주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곳이잖아. 아무리 돈이 좋다 해도 사람을 살리는 땅 한 평과 견줄 수는 없잖아. 사람이 돈을 씹어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몇 달째 비가 내리지 않아 무거운 주전자를 들고 고추밭에 일일이 물을 주고 있는 마을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어. “할머니, 비가 내리지 않아 날이 갈수록 농사짓기 어려워지겠지요?” “모두 나쁜 버릇이 거머리처럼 붙어서 그래.” “할머니, 나쁜 버릇이 뭐예요.?” “땀 흘려 일할 생각은 안 하고, 돈만 있으면 차를 타고 놀러 다닐 생각만 하는 게지. 우리 자식새끼들도 시골 오면 일할 생각은 안 해. 시골 오면 고기 구워 먹고 놀러 다닐 생각부터 하지. 흙이 옷에 묻으면 더럽다고 해. 그 더러운 흙이 제 목숨 살리는 줄도 모르고.”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시 깨달았어. 사람을 살리는 것은, 대통령이나 판검사가 아니라 흙이라는 것을.

농촌에서 흙을 밟고 살아가는 진성중학교 현수야, 단우야, 수빈아, 난연아, 범준아, 수연아, 현아야, 도현아, 동현아! 작은 학교, 작은 농촌에 산다고 기죽지 말자. 가슴 펴고 당당하게 살자. 만물을 살리는 흙이 너희들 곁에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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