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니 ‘성평등→양성평등’ 이름도 바꾼 여가부 청년단

이혜리 기자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에 여성가족부 팻말이 붙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에 여성가족부 팻말이 붙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까지 청년들이 참여하는 사업 이름으로 썼던 ‘성평등 문화 추진단’ 표현을 ‘양성평등 문화 추진단’으로 바꿨다. 성평등은 다양한 성을 평등하게 인정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반면 양성평등은 남녀간 평등에 초점 맞춰 사용된다. 젠더·성평등 이슈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가부는 23일 ‘청년이 주도하고 시민이 함께하는 젠더갈등 해소’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청년 양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 4기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버터나이프 크루는 갓 구운 빵에 나이프로 버터를 발라 먹듯이 참여를 통해 일상의 기쁨을 달성한다는 의미로 2019년 출범했다. 청년들이 일·안전·주거·건강 등 2030세대의 일상 전반에 걸쳐 성평등한 변화의 흐름을 스스로 꾸려나가는 연구와 캠페인, 콘텐츠 제작 등 활동을 해왔다.

여가부는 2020년과 지난해 보도자료에서는 이 청년단을 ‘성평등 문화의 장’, ‘성평등 문화 추진단’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이번 4기 모집 보도자료에서는 ‘양성평등 문화 추진단’으로 표현을 바꿔 사용했다.

그러면서 여가부는 올해 버터나이프 크루 4기가 담당할 특별분야로 ‘젠더갈등 완화’를 추가했다. 양성평등 인식 격차와 차별·혐오 해소를 위한 팩트체크 프로젝트, 청년층의 양성평등 의제 발굴과 소통 기회 마련이 구체적인 내용이다. 또 ‘공정한 청년 일자리 환경 조성’도 특별분야로 추가해 임금 격차, 노동취약계층 등 청년의 어려움과 대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둘 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공약과 얽혀 논의된 것들이다.

여성·인권단체들은 남성과 여성 이외에 다른 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양성평등이 아니라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문재인 정부도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선호했다. 반면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양성평등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1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는 국민의힘이 여성 공천 비율을 3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에 성평등 대신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며 더불어민주당과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줄곧 성평등 대신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이 “양성평등은 생물학적 성별 2개만을 전제로 쓰는 단어이고, 차별적 언어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하자, 김 장관은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라는 말을 번역해 양성평등, 성평등을 혼용하고 있는데 양성평등이 좀 더 맞는 것 같다”며 “양성평등기본법에서도 양성평등이라고 쓴다”고 했다.

여가부 측은 이번 보도자료에서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쓴 데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양성평등과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섞어서 쓰고, 그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도자료 본문에는 양성평등으로 표기했지만 (모집) 포스터에는 성평등으로 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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