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간판인 손흥민(30·토트넘)이 23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올랐다. 이날 노리치 시티와의 2021~2022시즌 최종전에서 후반 2골을 넣어 총 23골로,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와 더불어 최다 득점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고로 꼽히는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골든 부츠’(득점왕)를 수상한 첫 아시아 선수로 이름을 새긴 것이다. 잉글랜드와 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 유럽 5대 빅리그를 통틀어도 아시아 선수가 처음 득점왕에 오른 것이라 눈부신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각고의 노력으로 꿈 같은 목표를 이룬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손흥민의 23골에 페널티킥 골이 하나도 없다는 점도 득점왕의 가치를 높이는 특별한 성과로 주목된다. 무엇보다 팀 승리를 우선하기에 페널티킥 기회를 욕심내지 않고, 동료들과 합심해 스스로 필드골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한 것이다. 이런 손흥민의 헌신을 잘 아는 동료들이 최종전에서 그에게 슈팅 기회를 더 주려고 애쓴 장면은 손흥민이 혼자 튀는 선수가 아니라 소중한 팀원으로 어우러져 있음을 보여준다. 손흥민은 축구, 동료, 팬들을 향해 늘 감사하고 겸손해하는 인성으로도 귀감이 되는 선수다.
손흥민의 경기력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혹독한 훈련의 결과다. 그는 “인생에서 공짜로 얻은 건 하나도 없었다. 드리블·슈팅·컨디션 유지·부상 방지 등은 전부 죽어라 노력해 얻은 결과물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축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 손웅정씨가 화려한 기술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기본기를 어린 시절부터 다진 게 손흥민의 바탕이다. 이번 시즌 왼발로 12골, 오른발로 11골을 넣은 손흥민은 타고난 양발잡이가 아니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한 뒤 왼발을 익혔고, 독일에서 프로로 데뷔한 이후에도 매일 왼발, 오른발 500개씩 슈팅 연습을 했다고 한다. 집념과 열정, 도전 정신을 빼놓고 그를 말할 수 없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진출 7시즌 만인 이번 시즌에 ‘차붐’ 차범근이 1985~1986시즌 독일에서 세운 한국 선수의 유럽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골(17골)을 넘어섰다. 차범근의 유럽 무대 최다골(121골)은 2019년 11월에 이미 경신해 180골을 쌓고 있다. 이제 그는 매 시즌 자신의 기록을 깨뜨리고 넘어서는 도전을 앞두고 있다. ‘월드 클래스’ 선수로 우뚝 섰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장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말하는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