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보름 전 퇴임한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이후 5년 만에 추도식에 참석했다. 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보수정부 총리의 추도식 참석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함께 자리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상임고문을 비롯한 지도부와 의원 80여명이 총출동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 이어 닷새 만에 다시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여야가 나란히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 지역주의 극복을 통한 통합 및 야당과의 협치를 부단히 모색했다. 야당과의 대연정 시도 등 정치적 유불리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해법을 모색했다. 노 전 대통령이 떠난 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봉하마을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는 것은 우직하게 통합을 향해 나아갔던 노무현정신에 대한 기억과 언젠가는 그 가치가 실현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의 모습은 이런 노무현정신과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을 서거에 이르게 한 정치보복 수사를 부각하기 바빴다. 윤석열 정부가 검찰공화국을 만들려 한다는 비판은 타당하지만 스스로 통합의 정신을 얼마나 구현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여권의 움직임은 더욱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은 이날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한국 정치의 참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이라며 “(한덕수 총리에게 전한 메시지에) 권양숙 여사를 위로하는 말씀을 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자신과 가까운 검사들을 요직에 포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에 대한 직할체제를 완성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 정권의 적폐 수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치보복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이 죽음에 이른 비극이 재연돼서는 결코 안 된다는 시민들의 우려를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깊이 새겨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꿈꾸었던 국민통합의 구현은 아직도 요원하다. 상대를 향한 분노와 적대, 국론분열이 해소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치권의 국민통합 실천이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 ‘바보 노무현’의 13번째 추도식을 맞은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