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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이면 다 된 건가

입력 2022.05.24 03:00

수정 2022.05.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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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어린이는 학교에 다녀올 때마다 급식 맛이 없다고 푸념한다. 그걸 만드느라 급식실 선생님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 줄 아냐고 타박을 주기도 하지만 소통알리미에 올라오는 급식사진을 가끔 보면 그 푸념이 이해되기도 한다. 식재료도 뭔가 부족하고 조리상태도 별로이다. 그런데 이 학교만 그럴까?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어린이가 다니는 충청북도 내 초등학교의 1인 급식단가는 2280원으로 인건비 빼고 쌀과 후식, 양념이 포함된 단가이다. 학교급식은 급식인원과 지역에 따라 차등 지원되고 있는데, 500명 이상 1000명 이하의 농촌 초등학교에 책정된 금액이다. 도시의 경우 같은 규모면 급식단가가 2220원으로 낮아진다. 이것이 2021년보다 3.8% 인상된 금액이라 하지만, 높은 물가인상률과 비교하면 초라한 인상이다.

인근인 대전시의 초등학생 급식단가가 3500원이고, 비교적 낮은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의 학교급식 단가도 2830원이다. 비슷한 규모의 경기도 초등학교의 급식단가는 3120원이고, 서울시의 경우 3832원이다. 동네의 급식단가는 수도권이나 대도시와 비교할 때 1끼당 840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고, 초등학교 700명으로 계산하면 1끼당 58만8000원이 차이 난다. 급식단가가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질이 떨어질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무상급식으로 학생들이 부담 없이 점심을 먹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렇게 밥상의 차이가 나도 괜찮을까?

빈익빈의 급식단가, 밥은 평등한가

교육부의 ‘2020학년도 학교급식 실시현황’에 따르면, 전국의 학교가 100% 급식을 실시 중이고 학교급식 전체 예산규모는 4조9000억원가량이다. 그중 48.1%가 인건비, 39%가 식품비로, 나머지는 연료나 소모품, 시설과 관련된 지출이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배치된 영양교사, 조리사, 조리원 중 정규직은 5426명, 공무직 기타가 3만130명으로 총 3만5556명이 급식을 담당한다. 기계적으로 계산하면 한 명이 초등학생 75.9명의 급식을 담당하고, 그중 85%는 비정규직이다. 더구나 학교급식실의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폐암 발병이 늘어 ‘죽음의 급식실’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 맛있는 급식을 만들라는 건 엄청난 헌신 또는 착취를 뜻한다.

더구나 농촌의 학생 수가 줄어드니 농촌학교의 급식질은 더욱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급식을 마련할 시설이 부족하고 식재료를 구입할 돈도 부족하다. 지자체별로 이렇게 불평등이 생기는 건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텐데. 지원금을 넘어서는 몫은 그 지역의 책임이라며 모른 척한다. 지자체는 우리 형편도 어려운데 지원을 할 만큼 했다고 하고, 교육청은 돈이 부족하다고 우긴다. 그러니 밥상의 불평등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한때 무상급식을 반대한다고 우기던 정당도 이제는 아침까지 무상급식을 하고 초등학생의 삼시 세끼를 보장하겠다고 주장한다. 무상급식의 흐름을 뒤집을 간 큰 정치인은 이제 없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한 걸까?

급식단가가 높은 서울과 경기도의 농지는 개발에 밀려 점점 줄어들고 있고, 지역의 좋은 농산물이 지역에 남지 않고 수도권으로 공급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 오래되었다. 그나마 우리 동네에선 로컬푸드운동이 지역농산물을 바탕으로 한 급식체계를 만들 수 있었지만, 여전히 낮은 단가는 좋은 농산물을 쓸수록 적자를 떠안는 모순을 강요한다. 최근에는 기후위기로 식량위기가 심해지고 전쟁으로 국제 농산물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농수산물의 가격이 계속 오르면 학교급식의 질은 어떻게 될까? 이대로라면 지역별로 불평등한 밥상의 차이는 더욱더 커질 것이다.

빈수레 무상급식, 소는 누가 키우나

이제는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학교에서 급식을 먹지만 작년, 재작년 등교가 중단되면서 급식대란이 벌어졌다. 먹는 학생들도 난감하고 식재료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던 농민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먹을 걸 제대로 공급할 체계도, 그걸 제대로 먹일 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렇게 밥도 공평하게 못 먹이면서 지방선거에서는 미래교육, 창의인재 같은 뻔한 공약들에 대한 얘기만 떠들썩하다.

무상급식은 분명 한국사회의 진전이다. 그렇지만 무상급식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지역 간 불평등, 무상급식 뒤에 가려진 노동착취, 무상급식을 뒷받침할 농촌의 지속 불가능을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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