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육류와 해물 소비도 상위권에 올라 있다. 2017년 기준 1인당 125.7㎏을 먹어치웠다. 해물이 55㎏으로 가장 많고, 돼지고기 38㎏, 닭·오리고기 16.7㎏, 소고기 15.8㎏ 순이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운영하는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가 집계한 172개국 가운데 10위다. 육류를 가장 많이 먹는 국가는 208㎏을 기록한 홍콩이었고, 에티오피아가 6㎏으로 가장 적었다. 북한은 25㎏에 그쳤다.
한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데, 육류 소비 증가세도 그에 못지않다. 1961년 한국인이 1년간 먹었던 소고기는 한 근(600g)을 겨우 웃도는 0.81㎏이었다. 소비량이 세계 160위권이었다. 그나마 일부 부자만 맛볼 수 있었고, 보통 사람들에게 소고기는 제사상이나 생일상에 올린 국에서나 볼 수 있었다. 소득이 늘고 값싼 외국산이 들어오면서 소고기 소비가 급증했다. 1961년 대비 2017년 소고기 소비 증가율은 1849%에 이른다. 증가율만 따지면 한국이 2위에 해당한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21년 축산물생산비조사’를 보면 소, 돼지, 닭 등의 생산비가 7% 안팎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곡물값이 올라 사료값이 급등한 영향인데, 당분간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4월 생산자물가에서 돼지고기가 28.2% 올라 삼겹살이 ‘금겹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육계 도매가격도 1년 새 30% 넘게 폭등했다. 단백질 주 공급원인 육류 가격이 급등하는 ‘프로틴플레이션’(프로틴+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한다.
시계 초침이 재깍하고 움직이는 사이 지구에 살던 닭 2287마리, 돼지 43마리, 소 10마리가 죽어나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통계를 보면 2020년 동물 803억5800만마리가 도축됐다. 지구인은 1년 동안 자신들보다 10배 많은 수의 동물을 잡아먹는다. 하루만 고기를 안 먹는다면 2억2000마리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공장식 대규모 축산은 산림 훼손과 온실가스 배출 등 기후변화의 주범으로도 지목된다. 프로틴플레이션을 걱정하기보다는 육류 소비를 줄이는 계기로 삼는 게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한 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