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직후 뒤통수에 대고 보란 듯 미사일을 쏘아댄 것이다. 바이든의 한·일 순방을 계기로 한·미·일 3국이 대북 대응의 기조를 강경 쪽으로 돌린 터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한층 고조될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화성-17형’ ICBM 한 발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로 추정된다. 북한이 ICBM과 탄도미사일을 혼합해 쏜 것은 처음으로,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시험하면서 미국과 한·일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한·미 정상은 지난 21일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억제력 강화를 다짐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확대하고 미군의 전략자산 적시 전개 등에 합의했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을 재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결국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이런 한·미의 위협에 대한 맞대응인 셈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한·미는 이미 예고한 대로 이전보다 한층 수위를 높여 대응했다. 한·미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곧바로 연합 지대지미사일 실사격을 실시했다. 양국이 북한의 군사 행동에 공동으로 대응한 것은 2017년 7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실질적 조치를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긴급히 통화해 한·미 공조를 통한 강력 대응을 다짐했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들도 연달아 통화를 하고 북한의 행동이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임을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때와는 달리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북한은 다음 대응으로 7차 핵실험 등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4일) 즈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렇게 되면 1994년이나 2018년 때처럼 극한의 강대강 대결 국면이 조성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발충돌의 위험성이 있는 만큼 상황 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안보당국은 북한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대응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북한을 대화로 유인할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