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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부모 되기를 두려워할까

입력 2022.05.26 03:00

수정 2022.05.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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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칼럼 제목은 얼마 전 필자가 참여한 인터뷰의 주제다. 세칭 국내 최고 명문대 학생들이 인터뷰를 요청하며 찾아왔다. ‘공동체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과정을 탐색해 대안까지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는 전공 수업을 듣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 정한 조별 과제가 ‘우리는 왜 부모 되기를 두려워할까’였다. 여러 질문을 받았지만, 학생들이 정말 알고 싶었던 건 한마디로 ‘어떻게 부모가 될 결심을 했느냐’였던 것 같다. 언제, 어떻게 부모가 되기로 결정했나, 2명을 낳기로 한 이유가 있나, 두렵진 않았나, 후회한 적은 없나, 부모 됨의 행복감과 부담감에 대해 말해 달라…. 불안과 두려움이 읽혔다.

송현숙 후마니타스 연구소장·논설위원

송현숙 후마니타스 연구소장·논설위원

스웨덴에 머물 때 썼던, 스웨덴과 한국의 양육 환경 비교 기사를 보고 찾아온 만큼 인터뷰의 다른 한 축은 양국 차이점과 우리가 참고할 정책 등이었다. 뜬금없이 느껴질 수있지만 필자의 대답은 구체적 정책이 아닌, ‘양극화 해소’라는 단답형이었다. 모든 면에서 차이가 작아 나만, 우리 아이만 남보다 뒤처질까 불안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은 제도상으론 세계에서 육아정책이 가장 잘 갖춰진 곳 중 하나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법으로 보장되어 있고, 배우자 육아휴직 기간은 세계에서 가장 긴 편이다. 주요국 중 0세부터 무상보육을 하는 나라도 한국밖에 없다. 문제는 정책의 온기가 골고루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0년 육아휴직자의 64%가 대기업 소속이었다. 임금노동자 80% 이상이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점을 생각하면 극심한 불균형이다. 공무원 부모의 출산이 전체 출산율의 2배가량이란 사실은 뭘 말하는가. 보육시설 이용 전후의 사적 돌봄과 사교육 비용들로, 영·유아기부터 극심한 양극화가 시작된다.

최근 온 국민의 스트레스지수를 끌어올렸던 뉴스 속 몇 장면을 되감기 하면, 두려움의 핵심 원인이 한층 분명해진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허위 스펙 쌓기 논란에 대해) “대한민국에 빈부격차가 엄연히 존재하고, 부모의 재력에 따라 교육을 받는 수준에 차이가 나는 것은 분명하다”는, 귀를 의심할 만한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같은 당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의 아들은 서울에 있는 학교를 다니다 ‘사연이 있어서’ 고액 수업료로 유명한 미국 사립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가짜 경기맘’ 논란에 휩싸였다. 외국어·자율형사립고, 영재·과학고, 스카이(서울·고려·연세대) 등 국내 리그로도 부족해 이젠 국제학교, 조기유학, 아이비리그 등 또 다른 트랙이 자리 잡을 판이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부모 재력에 따른 교육 차이’를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당연히 여기는 사회가 됐나. 다양성, 수월성 교육이라 포장된 층층의 학교 위계야말로 자녀에게 ‘찬스’를 줄 수 없는 평범한 시민들 가슴에 못 박는 사회통합의 적이자, 부모 되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주된 이유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21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합계출생률(1.1)은 198개국 중 198위로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세계 평균(2.4), 선진국 평균(1.6)과 격차도 크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와 가장 부러움을 사는 명문대 학생들마저, 대기업 정규직 직원들마저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는 이 사회에 대체 어떤 희망이 있나. 청년들에겐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모든 걸 자녀세대에 쏟아붓고 노후대책엔 손 놓은 부모의 불안한 미래가 나의 미래처럼 투영된다. 자녀 낳기도 나이 들기도 불안한 사회, 두려움과 불안은 쉽게 전염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있어서만큼은 차별이 없어야 한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모두가 양질의 보육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 평균적 공교육만 받아도 불안하지 않은 사회, 지나친 직업 간 처우나 복지 혜택 차이로 과도한 우월감이나 열패감을 느끼지 않는 사회, 어느 곳에서 일하든 아이와 함께 보낼 부모의 시간이 충분히 보장된 사회. 이 정도는 돼야 희망이 보일 것 같다.

스웨덴은 1934년 ‘위기에 처한 인구문제’ 보고서 이후, 공동체를 파국으로 이끌 저출생 현상을 내다보고 사회의 문화를 통째로 바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돌봄중심 사회’로 거듭났다. 스웨덴뿐 아니다. 선진국들은 ‘돌봄중심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차이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고 대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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