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보건복지부 장관에 김승희 전 의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을 내정했다. 모두 여성을 낙점한 게 눈에 띈다. 성별로 할당·안배 없이 능력 본위로만 인사하겠다고 한 기조가 달라진 것이다. 장차관 인사 막판에 급변한 것이지만, 남성으로 치우친 내각을 늦게라도 보정한 의미는 작지 않다.
박순애·김승희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해 임명되면, 국무위원 18명 중 여성은 환경부(한화진)·여성가족부(김현숙)·중소벤처기업부(이영)까지 5명(28%)이 된다. 문재인 정부 첫 조각 때 6명에 육박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교육·복지 장관에) 여성을 우선 고려하고, 정 없으면 그때 남성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한·미 정상회담 회견장에서 외국기자의 질문을 받은 데다 국회의장단 간담회에서 ‘남성 중심 내각’이란 쓴소리를 듣고 변화를 준 것이다. 인사는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에 달렸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차관(급) 42명 중 39명, 대통령실 실장·수석·비서관 46명 중 43명이 남성이다. 여성 장관 확대가 이번 한 번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과 성, 세대 간 균형을 맞추는 통합 인사는 계속 강화돼야 한다.
새 장관 내정자에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공공행정 전문가인 박 내정자가 교육에 전문성이 있느냐는 물음이 제기된다. 교육 현장에는 교육과정·입시 개편과 유·보통합 같은 현안이 산적하고, 7월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후엔 교육부·교육청과의 조직·업무 개편도 해야 한다. 식약처장 출신으로는 처음 복지부 수장에 오르는 김 내정자에게는 코로나19 후속 대책과 연금개혁이라는 무거운 과제가 주어졌다. 더구나 그는 2019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기억력을 언급하며 “건망증이 치매 초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해 막말 시비를 불렀다. 여야는 두 내정자의 도덕성과 정책 능력 검증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