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처리를 마친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가 공개됐다. 이 작품은 미국 시카고미술관 소장품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가 2021년 8월부터 시카고미술관 의뢰를 받아 10개월간 보존 처리했다.
두 기관은 이날 ‘국외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 사업’ 하나로 진행한 보존처리 과정과 작품을 공개했다.
연구소는 육안 관찰과 현미경 확인부터 해체-오염제거-채색 안정화-배접지 제거-결손부 메움-병품틀 제작-크리닝 등 작업을 진행했다. 연구소는 19세기 후반에 작성된 다양한 조선시대 행정문서들이 ‘곽분양행락도’의 배접지로 사용된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소는 “‘증산현갑자식남정안(甑山縣甲子式男正案)’(1864)은 1864년 평안남도 증산현에 거주하는 남정들의 군역을 조사한 호구 단자로 품관, 성명, 나이, 출생년 등이 수록된 지방 공식문서”라며 “이를 통해 ‘곽분양행락도’의 제작 시기가 1867년 이후라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고 알렸다. 연구소는 1880년 이후 병풍 하부 손상 부분을 한 차례 수리한 사실도 찾았다.
‘곽분양행락도’는 중국 당나라 분양왕 곽자의(697~781)가 크고 호화로운 저택에서 가족과 함께 연회를 즐기는 모습을 그린 조선 후기 회화다. 그는 한평생 부귀영화를 누렸다. 무병장수했다. 자손도 번창했다. 부귀와 다복을 소망한 왕실과 사대부가 ‘곽분양행락도’를 만들어 소장했다.
국내외 ‘곽분양행락도’는 확인된 것은 47점이다.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리움미술관 등도 ‘곽분양행락도’를 소장하고 있다. 미국(8점)과 독일(2점), 프랑스(1점)에 이 작품이 나가 있다.
재단은 “시카고미술관의 ‘곽분양행락도’는 19세기 후반의 작품으로 현존 ‘곽분양행락도’ 가운데 필치가 고르고 매우 우수하며, 색채도 잘 남아 있는 편에 속한다. 화면의 전체적인 구도, 제재를 화면에 구성하는 방식, 채색의 색감, 인물 묘법, 각종 장식적인 요소들의 표현 등을 보면 이 작품은 왕실에서 사용되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격식과 수준을 갖추었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논문 ‘조선후기 郭汾陽行樂圖(곽분양행락도)의 도상 연구’(한국학중앙연구원 김소영)를 보면, ‘곽분양행락도’는 18세기 초 왕실 기록인 <열성어제>에서 처음 등장한다. 별궁에 배설된 혼례용 병풍, 기념행사의 계병 등으로 제작됐다. 혼례용 병풍의 제작 사례가 가장 많다고 한다. 주로 8첩 병풍이다.
19세기 초엔 곽자의를 주인공으로 한 한글 소설인 <곽분양젼>도 나왔다.
‘곽분양행락도’ 도상은 형식이 있다. 왼쪽은 ‘정원’으로 축하객과 시동, 바둑 두는 인물 등을 묘사한다. 가운데는 ‘외전 : 연회 장면’이다. 곽자의와 손자, 악대와 무희 등을 나타낸다. 오른쪽이 ‘내전 : 여성 공간’이다. 부인과 젖먹이, 치장하는 여성, 자수 놓는 여성을 그렸다.
중국의 ‘곽자의축수도(郭子儀祝壽圖)’를 기본 도상으로 차용해 그렸다. ‘곽분양행락도’는 구도나 색채, 인물 묘사 등이 중국 것과 다른 한국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곽분양행락도’의 등장 인물은 여성 비중이 높은데, ‘곽자의축수도’는 남성 비중이 높다. ‘곽분양행락도’의 내전은 고양이를 돌보는 여성, 치장하고, 자수 놓는 여성, 앵무새와 대화하는 여성 등 ‘곽자의축수도’ 내전 여성들보다 더 다양한 행위를 한다. 김소영은 “‘곽분양행락도’는 대부분 왕실의 혼례용 병풍으로 제작되어, 부인이 머무는 별궁에 배설되었다. 별궁은 가례가 이뤄지는 동안 친영 의식이 있기 전까지 신부가 머무는 공간”이라며 “감상하는 주체가 여성이었음을 방증한다”고 했다.
후대로 갈수록 민간도 혼인이나 회갑연에 ‘곽분양행락도’를 사용했다. 김소영은 “민간회화로 제작된 작품은 곽자의와 부인이 연회를 즐기는 장면만 반영되었으며, 정원과 내전은 대부분 제외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