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별감찰관 임명 않으면, 한동훈에게 측근 수사 맡길 텐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 이상을 감찰 대상으로 하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는 쪽으로 기운 듯하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30일 특별감찰관제와 관련해 “폐지를 포함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사정의 컨트롤타워’ 민정수석실이 폐지된 만큼 별도 감찰관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검경이 대통령 가족·측근의 혐의 첩보를 접수하면 통상적 절차에 따라 수사하면 된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 요직에다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측근들로 채워놓고는 이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

특별감찰관 제도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도입됐다. 검찰과 경찰이 민정수석실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친·인척, 측근 관리를 위한 독립적 감찰관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특별감찰관은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2016년 사퇴한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을 미루면서 줄곧 공석 상태였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를 향해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했다. 지난 3월 윤 대통령 당선 직후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특별감찰관제에 대해 “인수위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당선인에게 보고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로남불’ ‘공약 후퇴’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 친·인척 수사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수사기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시스템은 갖췄고,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발언 내용 자체는 타당하다. 문제는 발언을 한 주체다. 한 장관은 설명이 필요 없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한 장관 외에도 법무부와 검찰 핵심을 ‘윤석열 사단’이 차지한 터다. 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고교·대학 후배다. 행안부는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해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게다가 대통령실 공직기강 책임자도 검찰 출신 이시원 비서관이다. 한동훈의 검찰, 이상민의 경찰, 이시원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대통령 친·인척, 측근을 제대로 수사·감찰할 수 있겠는가.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씨 관련 의혹으로 공세에 시달렸다. 이미 제기된 의혹은 해소돼야 하고, 친·인척 논란은 재연돼선 안 된다. 그러려면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조속히 임명함으로써 측근 비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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