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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 대한 ‘정확한’ 인식

입력 2022.05.31 03:00

수정 2022.05.3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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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철의 알고 싶은 정치] 자유에 대한 ‘정확한’ 인식

이 시대의 사람들은
직간접적인 경험과
지성의 단련을 통해
자유의 정확한 의미를
잘 인식하고 있다

자유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언사는
평등 가치와의 관계성과
인간의 정치성과
공동체성을 감안한
사회적-적극적-자유의
내용들을 포괄할 때에만
구사가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팬데믹 위기, 교역질서와 기후변화, 식량과 에너지 위기, 분쟁과 평화적 해결의 후퇴 등 국내외적인 위기와 난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며,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 가치가 있다. 자유가 바로 그것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필자는 취임사의 이 대목을 보며 한편으로는 흥미롭고, 다른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흥미로움은 국민을 상대로 한 대통령 취임사에서 뭔가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훈계조’의 표현과 어투를 썼다는 생경함이 선사해주었다. 취임사에서 훈계조의 어투는 적어도 세 가지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구사 가능하다. 첫째, 나는 (자유라는 가치에 대해 국민들이 모르는 바를) 잘 알고 있다. 둘째, 자신과 달리 국민들은 자유에 대해 잘 모른다(혹은 오해하고 있다). 셋째, 대통령은 그런 국민들을 깨우쳐줘야 한다(계몽해야 한다).

궁금함은 바로 여기에서 생겨났다. 대통령은 알고 필자를 포함한 국민들은 모른다는 전제를 추정 가능케 한 그런 어투에 기대어 강조한 자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취임사를 다시 살펴보았다. 자유의 개념 정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가져야 할 기본 관점, 자유 구현의 요건,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의 규범 등이 제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지 살펴보자.

자유는 첫째, ‘보편적 가치’다. 시간과 장소와 사람에 따라 부정하고 침해할 수 없는 가치라는 뜻이다. 별도로 거론하고 있지 않지만 가치란 인간으로서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좋은 삶을 추구하고 구현하기 위해 따라야 하는 원칙을 의미한다. 둘째, 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마저 위협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의 자유를 우선 중시해야 한다. 셋째, 이와 같은 자유는 승자가 독식해서는 안 된다. 즉 승자가 아닌 사람도 ‘자유 시민’으로서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만 한다. 넷째, 이를 위해서 이미 자유시민인 사람들은 연대해 기아와 빈곤, 공권력과 군사력에 의한 불법 행위 등으로 인해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지 못한 사람, 즉 자유시민이지 못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이는 한 국가에서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지고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위에서 정리한 것에 비추어 볼 때, ‘우리’가 잘 모르고 오해했던 자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대통령을 국민을 계몽시켜야 할 주체 혹은 (반지성주의를 비판하는) 지성주의자로 설정했다는 전제마저 추정 가능케 한, 필자를 포함해 국민들은 모르고 있는 제대로 된, 그리고 정확한 자유의 의미는 도대체 어디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니까 자유에 대한 저 고전적 -보다 정확하게는 ‘진부한’- 진술에서 다시 찾을 수 있는 자유의 정확한 의미가 도대체 뭐냐는 말이다. 먹고사느라 바빠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잊어버린 것 같으니 다시 기억하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을 저리 표현한 것이었던가?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랬다면 달리 말해야 했다. 자유의 가치와 그것의 소중함을 다시 기억해내고 복원하자고.

자유와 빠른 성장의 연계도 진부

취임사에서 자유는 ‘결국’ 경제적 성장과 연결된다. 그것도 매우 강하게. 경제적 성장은 자유를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양극화와 사회 갈등으로 위협받고 있는 자유를 구할 유일한 방법으로까지 간주된다. 이때 유독 필수적인 것으로 강조되는 게 속도다. 자유를 구하기 위해서는 빠른 성장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 역시 진부하다.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의 성장주의 혹은 발전주의의 재탕이다. 빠른 성장을 위한 과학과 기술의 혁신에 대한 강조 역시 마찬가지다.

혹자는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강조한 게 새로운 혹은 정확한 의미 규명의 시도로 조명되어야 할 부분이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그럴 수 있다. 연대와 박애가 자유를 구현할 정신으로 취임사에서 부각된 것은 필자가 기억하기에도 새롭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도 아니고, 그런 식의 언급만으로 정확성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즉 연대와 박애 정신의 중요성 역시 국민들이 모른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새로운 오해를 낳을 언급이다.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실천할 주체로 오로지 시민만이 호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자유의 위기는 이제 시민들이 서로서로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규정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공동체라는 말이 등장하지만, 그 의미는 구성원들, 즉 개별 개별 시민의 합일 따름이다. 이는 공동체의 제도적 내용과 형식, 즉 연대와 박애를 구현하는 질서로서의 국가에 대한 삭제일 수 있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끝에 등장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비전의 폐기를 뜻할 수 있다.

정확함이란 말은 개념적 내포의 ‘한정’을 의도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또 인식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그리 한정한 것을 개념만이 아닌 실체, 즉 본질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시장과 민주주의 앞에 자유를 위치시켰다. 이를 감안할 때 취임사에서 거론한 자유의 정확한 의미는 시장(독점)의 자유이고,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제약할 자유이다. 한마디로 말해 17~18세기 영국에서 탄생했고 20세기 말 영국과 미국을 필두로 다시 등장해 현재까지 이르고 있는 ‘고전적 자유주의(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자유 개념이다. 그것에 기초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으면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자유에 대한 인식은 역사적 경험상 그렇게 한정할 수 없다. 학술적으로도 그랬지만, 사람들의 실제 삶과 그것이 가한 고통에서 비롯되었던 혁명과 전쟁마저 불사한 문명의 피 튀기는 전개 과정에서 자유는 자신의 개념적 지평을 정치경제적 경계를 넘어 확장해왔다. 한정된 임기의 대통령이 특정한 이념과 시각에 기초해 자유 개념의 내포를, 그것도 ‘정확한 인식’이라는 미명하에 취사선택할 수 없는 ‘장구하고 복합적인 세월의 역사와 현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세월의 끝이 낳은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직간접적인 경험과 지성의 단련을 통해 자유의 정확한 의미, 즉 그 장구하고 복합적인 역사와 현실의 파란만장함을 포괄하는 개념으로서의 자유에 대해 이미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갈등의 한국이 검토할 정책모델들

따라서 자유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식의 언사는 평등이라는 가치와의 관계성과 인간의 정치성과 공동체성을 감안한 ‘사회적-적극적-자유(주의)’의 내용들을 포괄할 때에만 구사가 가능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유는 평등에 기초할 때에만 구현될 수 있는 ‘통일적’ 가치이다. 그리고 평등은 단지 기회의 평등만이 아니라 조건의 평등을 필요로 한다. 둘째, 민주주의는 그 조건의 평등을 구현키 위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의 자원배분 결정권을 보장하는 체제와 그 작동원리이다. 셋째, 시장의 자유는 이미 주어진 힘의 관계에 따른 지배·피지배 질서하에서 번영과 풍요의 독점을 가져와 자유로운 직업 선택의 기회를 제약하기에 자본과 노동 간의 힘의 균형을 필요로 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조의 조직권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사회적 제도의 문제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소유의 제한과 엄격한 상속세의 실시마저도 필요로 한다. 다섯째, 객관적인 효율성의 논리를 따르면 되는 생산과 달리 분배는 주관적 의지의 발현이라는 정치적 실천을 필요로 한다. 여섯째, 자유를 함께 향유하기 위해서는 사익추구의 범위와 방법과 목적을 검토해 특정한 사익의 추구는 통제하고, 사익들 간의 조화 및 균형을 꾀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어쩌면 윤 대통령과 새 정부는 토지소유의 제한, 엄격한 상속세의 실시, 사익 추구에 대한 통제 등을 낡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위에서 거론한 사항들은 존 스튜어트 밀 등이 정초한 엄연한 자유주의 계보의 아이디어다. 이는 근대 격변기 보수주의 정치와 혁신의 역사를 대표하는 디즈레일리의 모두가 평등한 하나의 국민 노선, 볼드윈의 산업적 동반자 관계 중시 정책, 처칠의 노동당 정부의 국유화와 복지국가 정책의 계승과 수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히고 있듯이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려면 알아야 하는 자유의 위대한 행적과 검토해야 할 정책 모델이다.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갈등으로 고통받는 대한민국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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