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전체 투표율이 50.9%로 집계됐다. 지방선거 사상 2002년(48.9%) 다음으로 낮은 투표율이다. 불과 석 달 전 실시된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 77.1%에 비하면 무려 26.2%포인트 낮다. 4년 전 2018년 지방선거 투표율과 비교해도 약 10%포인트 낮았다. 지방선거 투표율은 2002년 이후 줄곧 상승세를 보여왔으나 이번 선거에서 대폭 떨어졌다. 사전 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던 2006년 지방선거 때 투표율(51.6%)보다도 낮았다.
당초 이번 선거의 전체 투표율은 6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전 투표율은 20.62%로 4년 전보다 높았다. 하지만 본투표장에서는 투표 대기줄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특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압승을 예상한 영호남 대도시 투표율은 대부분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선이 치러진 지 채 석 달도 안 돼 다시 전국단위 선거가 실시된 데 따른 피로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유권자들이 정치에서 희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선 후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유권자들이 투표 의욕을 갖기 어렵게 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밀어붙이고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는 등 독주했다. 거대 야당 민주당은 이에 맞서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당 지도부는 내분을 거듭했고, 여당 시절 약속한 후반기 원구성 약속조차 뒤집으려 했다.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임에도 중앙정치 이슈만 부각시켰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조차 여야가 협치를 모색하기는커녕 강 대 강으로 충돌하면서 표만 달라고 하니 유권자들이 투표할 마음이 생길 리가 없다.
최근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열기를 감안하면, 전체 유권자의 절반만 투표한 것은 충격적이다. 정치가 소임을 다하지 않는 데 대한 시민의 엄중한 경고이다. 경제와 문화 등이 세계를 선도하는 데 비해 정치만 후진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정치권은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