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국민의힘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경기·전북·전남·광주·제주 등 5곳을 뺀 12곳을 차지했다. 또 서울 25개 자치구 중 17곳을 석권하고 12년 만에 서울시의회 다수당 탈환에 성공하는 등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 의회 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크게 앞섰다. 윤석열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크게 이김으로써 국정운영에 새 동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무거워졌다. 국민의힘이 원한 대로 원없이 일할 수 있게 된 만큼 향후 국정운영에서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여당 압승이라는 선거 결과에 담긴 뜻은 한마디로 ‘여권 견제’보다 ‘민생 안정’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일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더 잘 챙기란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는데 맞는 말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위기’에 직면한 경제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청년 실업 등 고질적 문제들까지 중첩돼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과 미·중 갈등 등 외교안보 환경도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렵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지금까지 보인 모습은 시민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밀어붙인 것은 물론, 서·오·남(서울대·50대·남자) 편중 인사를 넘어, 위법 논란을 불사하며 법무부에 인사검증권까지 이관시켜 ‘측근 중용·검찰공화국’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0.73%포인트 차로 당선시킨 시민의 뜻은 외면한 채 소통과 견제,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를 무시하고 있다. 야당의 일리 있는 비판조차 발목잡기로 치부하고 있다. 민주당을 그렇게 비판하더니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여권의 승리는 여당이 잘해서라기보다 거대야당 민주당의 오만과 위선에 대한 민심의 표출이었다.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새 정부에 일단 국정을 펼칠 기회를 준 것일 뿐,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5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윤석열 정부에 지금 필요한 일은 오만을 경계하는 것이다. 우선 낮은 자세로 야당과 소통하면서 협치를 추구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야당을 설득하고, 민심에는 한없이 고개를 숙여야 할 것이다. 여당의 오세훈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서울시장으로 뽑으면서도 상당수 구청장에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민의를 잘 읽어야 한다. 민주당을 향했던 시민들의 냉정한 평가가 언제 국민의힘을 향할지 모른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