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5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4% 상승했다고 3일 밝혔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5.6%) 이후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석유류와 식재료값이 특히 많이 올랐다. 지난 2월까지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던 물가 상승률은 3월부터 두 달간 4%대로 올라선 뒤 곧바로 5%대 중반으로 급등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물가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6·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대로 예상했는데, 6%대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물가가 서민 살림살이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은 주로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이상기후 등의 여파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곡물값이 치솟고 있다. 한국 경제가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출근길에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의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와 있다”며 고물가 상황을 우려했다. 정부는 앞서 주요 수입품목에 붙는 관세를 없애는 할당관세 적용과 수입품 부가가치세 인하, 농축산물 할인쿠폰 지급 등 먹거리와 생계비, 주거 3개 분야 민생안정대책을 내놨다. 유류세 인하폭도 확대했지만 오르는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뛰는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이 이미 가파른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어 한국도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금리 인상은 자칫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다. 한은은 지난달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에서 4.5%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0%에서 2.7%로 조정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2분기 성장률이 1분기(전 분기 대비 0.7%)보다 크게 낮아진다면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 초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의 역할이 더욱 무거워졌다. 당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고물가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당장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수입품이 국내에서 더 큰 마진이 붙어 유통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 수입물가 상승의 한 원인이 환율 급등에 있는 만큼 안정적인 환율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서민 가계와 영세 소상공인·중소기업 등 고물가에 고통받는 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재정·금융 지원책도 필요하다. 고물가에 경기침체가 겹치면 취약계층은 한계상황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금리 상승까지 더해진다면 실질소득은 더 줄어든다.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에서도 물가 상승을 고려해 인상분을 반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