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평양 순안, 평남 개천, 평북 동창리, 함남 함흥 일대 등 4곳에서 SRBM 8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18번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도발이다. 8발의 탄도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해군이 지난 2~4일 일본 오키나와 근방에서 핵 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연합훈련을 벌인 데 대응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잇단 무력시위로 한·미 양국의 강경대응을 자초한 우선적 책임은 북한에 있다.
8발의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110~670㎞, 고도 약 25~90㎞, 속도는 마하 3~6 등으로 탐지됐으며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가 발사됐을 것으로 관측됐다. 각 미사일의 거리와 궤적이 다르다는 점에서 북한이 한·미 미사일 방어망 무력화를 시도하고, 한국 영토를 동시 타격할 역량이 있음을 과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남측에 대한 실질적 군사위협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 매우 유감스럽다. 북한은 긴장을 고조시켜 남측을 압박하고 미국 양보를 받아내려는 전술이 유효하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도발 수위를 높일수록 한·미는 강경해지고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더 고립될 가능성만 커지게 된다.
코로나19 위기를 겪는 북한이 국제사회 지원을 거부한 채 도발 강도를 높여가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였다고 주장하지만, 백신과 치료제 없이 감염 확산을 차단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김정은 정권이 바라는 체제안정은 무력시위가 아니라,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때 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은 새겨야 한다. 북한은 주요 국정현안을 결정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를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다. 남측과 국제사회를 향한 진전된 대화 메시지를 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를 보고받은 뒤 “한·미 확장억제력과 연합방위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추가 도발 시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정교한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는 확고한 안보 대응 태세를 유지하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외교적 돌파구도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와 동북아 긴장 완화를 위한 치밀하면서도 포괄적인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